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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를 많이 사랑했구나"…싸늘했던 겨울, 다시 불태운 16년 차의 열정

이종서 기자

기사입력 2023-03-28 00:37 | 최종수정 2023-03-28 09:38


"야구를 많이 사랑했구나"…싸늘했던 겨울, 다시 불태운 16년 차의 열정
정찬헌. 사진제공=키움 히어로즈

[고척=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캠프도 못 가고, 혼자 몸을 만드는 건 쉽게 할 수 없는 경험이잖아요."

정찬헌(33·키움 히어로즈)이 개막을 앞두고 극적으로 팀을 찾았다.

지난 시즌 종료 후 FA 자격을 얻어 권리를 행사한 정찬헌은 계약하지 못한 채 홀로 몸을 만들어야 했다.

2008년 LG 트윈스 2차 1라운드(전체 1순위)로 입단한 그는 대형 투수가 될 거라는 기대를 모았다. 2018년 27세이브를 올리는 등 잠재력이 터지는 듯 했지만, 부상이 이어졌다. 결국 2021년 서건창과의 트레이드로 LG에서 키움으로 팀을 옮기게 됐다.

2021년 9승을 올리면서 부활하는 듯 했지만, 지난해 20경기에 나와 87⅓이닝을 던져 5승6패 평균자책점 5.36의 성적을 남겼다.

1군 투수로서 충분히 가치는 있었지만, 많은 구단이 젊은 선수에게 기회를 주겠다는 기조로 가면서 정찬헌은 'FA 미아'가 될 위기에 처했다.

원소속팀 키움이 다시 손을 잡았다. 26일 정찬헌의 에이전트가 최종 제안을 했고, 키움은 정찬헌 측이 제안한 금액보다 더 많은 금액을 안겼다.

정찬헌 측은 구단에 계약기간 2년에 계약금 1억5천만원, 연봉 1억원, 옵션 최대 1억원을 제시했다. 키움은 "정찬헌의 선수로서의 가치가 더 높다"라며 계약기간 2년에 계약금 2억원, 연봉 2억원, 옵션 최대 2억6천만원 등 총액 8억6천만원에 계약했다.


우여곡절 끝에 27일 키움과 계약에 성공한 정찬헌은 "어려운 시기를 보내면서 기다림의 시간이 있었는데 구단이 좋은 조건으로 신경을 많이 써주셨다. 처음에 생각했던 규모보다 많이 신경 써주셔서 감사하다"고 밝혔다.

구단 스프링캠프에 참가하지 못했던 정찬헌은 홀로 몸을 만들어왔다. 그는 "2월부터 순천 강릉 등을 돌면서 캠프를 최대한 소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했다. 또 홍익대에서 자리를 마련해주셔서 훈련할 수 있게 해주셨고, 이후에는 성남 맥파이스도 훈련하도록 도와주셨다. 많이 감사하고 덕분에 내려놓지 않고 훈련을 할 수 있었다"고 했다.


"야구를 많이 사랑했구나"…싸늘했던 겨울, 다시 불태운 16년 차의 열정
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
계속된 '미계약 상태'에 정찬헌은 한층 더 성숙해졌다. 그는 "심리적으로 힘든 부분이 없지 않아 있었다. 나 못지 않게 가족들도 힘들었다. 주변도 '잘 될거야'라고 했지만, 기다림이 끝이 안 보여서 언제 잘될까 했다. 원소속 구단과 마무리가 잘 돼서 다행이다. 걱정해주셨던 분들에게 정말 감사하고 그 시간들이 정말 저한테 다시 느끼지 못할 감정을 많이 느끼게 해주셨다. 현재로서는 그냥 감사하다"라며 "군대 포함 15년이라는 시간을 야구와 같이 했다. 그러다가 캠프도 못가고 스스로 몸을 만든다는 건 쉽게할 수 없는 경험이다. 아직 '야구를 좋아하는구나', '야구를 사랑하구나'를 느낄 수 있었던 계기였다"고 이야기했다.

정찬헌은 지난 시즌 부진에 대해 "첫 두경기 결과가 좋지 않다보니 생각을 안할 수 없었다. FA 시즌이라고 마음을 편하게 먹어야지 하면서도 생각이 많아지고 스스로 복잡하게 접근했던 거 같다. 한 시즌을 끌고가기에 멘털적으로 성숙하지 못했다"고 돌아봤다.

혼자 훈련을 했지만, 몸 상태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정찬헌은 "어려움은 있었지만, 한 번 해보고 물고 늘어진 뒤 안 되면 선택하자고 생각을 했다. 마음가짐 자체는 어떻게든 될 거라고 생각했다. 좋은 결과가 나와서 팀에 바로 합류하게 됐고, 운동도 꾸준하게 해서 준비 과정도 크게 필요없다"고 말했다.

정찬헌은 이어 "구속은 139㎞ 정도 나왔다. 평균은 138㎞ 정도다. 혼자 만든 거 치고는 문제없다. 충분히 더 올라올 거 같다. 통증도 없고, 강하게 던지려는 매커니즘을 찾기 위해서 노력했다. 기존보다 더 좋아지지 않을까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1군에서 곧바로 나서지 않을 전망. 몸을 만들었다고는 하지만 일단 팀 훈련도 필요한 상황이다. 정찬헌은 "감독님과 면담을 했는데 급하게 움직이지 말자고 했다"라며 "합동 훈련을 하면서 기존에 부족했던 부분을 잘 올려놓으면 무리없을 거 같다"고 말했다.

정찬헌은 "보직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다. 구단이 필요한 방향으로 하겠다"라며 명예회복읠 날을 기대했다.
고척=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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