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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영화 갱도 이렇게까지 정교하고 극적일 수 없다.
미국은 선두 제프 맥닐이 풀카운트에서 오타니의 7구째 99.4마일 낮은 포심 직구를 볼로 골라 걸어나갔다. 볼판정을 받자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입술을 살짝 깨문 오타니는 다음 타자 무키 베츠를 2구째 바깥쪽 쪽으로 직구를 찔러넣어 병상타를 유도했다. 베츠가 힘차게 때렸지만, 타구는 힘없이 2루수 앞으로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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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의 6구째 선택은 슬라이더. 87.2마일 바깥쪽 스트라이크존에 걸치는 공에 트라웃의 방망이가 허공을 갈랐다. 오타니는 두 팔을 들어 포효했고, 트라웃은 고개를 숙인 채 더그아웃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역사상 다시 없을 지도 모를 현존 최강의 투타 맞대결극은 볼카운트와 아웃카운트를 모두 채운 채 그렇게 마무리됐다.
오타니는 니혼햄 파이터스 시절 3차례 구원 등판한 기록이 있다. 그러나 2018년 LA 에인절스 입단 이후 나선 63경기는 모두 선발등판이었다. 그러니까 메이저리그 데뷔 이후 구원 등판은 이날이 처음이었다. 앞서 오타니는 결승에 올라갈 경우 구원으로 던지겠다고 의욕을 나타낸 바 있다.
이날 일본의 리드가 경기 중반 이후에도 이어지자 오타니는 7회초 수비 때 불펜으로 이동해 몸 풀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 7회말 자신의 타석이 돌아오자 다시 더그아웃으로 이동해 타격에 나섰다. 오타니가 더그아웃과 불펜을 오가는 진귀한 장면이 연출된 것이다. 현지 중계 카메라도 오타니의 이동 장면을 포착할 정도로 관심이 뜨거웠다.
15개의 공을 던진 오타니는 포심 직구 구속이 최고 101.6마일, 평균 99.6마일을 찍었다.
오타니는 이번 대회에서 타자로 타율 0.435 1홈런 10볼넷 8타점 OPS 1.345, 투수로 3경기에서 9⅔이닝 동안 11탈삼진, 평균자책점 1.86을 올려 대회 MVP에 선정됐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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