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원하늘숲길트레킹

스포츠조선

"힘 떨어진 것 아니다. 바닥에서 끌어올려 주신 분" WBC '혹사논란'에 대처하는 청년에이스의 자세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23-03-20 02:03 | 최종수정 2023-03-20 06:04


"힘 떨어진 것 아니다. 바닥에서 끌어올려 주신 분" WBC '혹사논란'…
19일 KT전에 앞서 인터뷰 하는 원태인. 대구=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국제대회 성적이 나지 않으면 어김 없이 벌어지는 논쟁.

'우리 팀 투수만 왜 많이 던지느냐'는 항변이다. WBC 3회 연속 탈락이란 참담함 속에 구단 별 분열이 극심해졌다. 혹사 논란의 중심에는 두산 정철원, 롯데 김원중, 그리고 삼성 원태인이 있었다.

일본 프로야구 한신과의 연습경기에 이어 호주전, 일본전, 중국전까지 가장 많은 108구를 소화한 원태인. 일주일 간 4경기에 출격하며 대표팀의 자존심을 지켰다.

혹사 논란에 대해 원태인은 직접 입을 열었다.

1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KT와의 시범경기에 앞선 인터뷰에서 이를 적극 해명했다. 중국전 부진(1이닝 3안타 2실점)의 이유가 혹사 탓이냐는 질문에 그는 정색을 했다.

"아니요. 사실 힘든 건 솔직히 다 변명이고요. 그날 저는 최선의 피칭을 했는데 중국 선수들이 직구에 대한 노림수를 잘 가지고 나와 1회에 예상 밖으로 그렇게 맞긴 했지만, 힘이 떨어져서 그랬다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아요. 힘이 떨어진 게 아니라 제가 못 던졌던 것 같아요."


"힘 떨어진 것 아니다. 바닥에서 끌어올려 주신 분" WBC '혹사논란'…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과 일본의 경기가 10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렸다. 3회말 1사 만루 한국 원태인이 일본 요시다에 2타점 역전타를 허용하며 아쉬워고 있다. 도쿄(일본)=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3.03.10/
실패 속에 깨달음을 얻은 원태인에게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도쿄 올림픽 당시 바닥으로 떨어진 자신감을 회복시켜준 대회였기 때문이다.

"이강철 감독님께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어요. 제가 미국에 있을 때 미리 많이 준비한 만큼의 50%도 나오지 않을 정도로 제 공을 못 던지고 있었어요. 그러다보니 중요한 호주, 일본 전이 아닌 체코, 중국전 등판이 예정돼 있었죠. 감독님께서 지켜보시다가 에리조나 마지막 캠프 때 제가 이틀 연속 피칭을 하시는 거 보고 원 포인트를 해주시더라고요. 거기서 바닥을 치고 올라와 밸런스가 잡히기 시작했어요. 감독님께서도 그 모습을 보고 불펜을 27구에서 중단시키더라고요. 그러면서 '호주전 되겠느냐' 물으시는데 너무 감사했어요. 그런 중요한 경기에 다시 감독님 믿음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너무 감사해 "저 됩니다"라고 했어요. 지금 와서도 너무 감사했다고 그렇게 말씀을 전해드리고 싶어요."


이강철 감독의 도움 속에 일본 같은 강자와 맞붙을 기회를 얻을 수 있었던 원태인.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큰 배움이 있었다.

"배우려고 간 건 아니지만요. 실패 속에 그래도 작은 배움이라도 얻고 왔으니 그것으로 위안을 삼는 것 같습니다. 야구를 즐기는 모습들, 그리고 한국에서 볼 수 없었던 일본 투수들의 하체 위주의 밸런스를 여기 와서도 이미지를 그려가면서 연습하고 있습니다."

혹사 논란을 떠나 국제대회 경험은 돈 주고 살 수 없는 소중한 가치다. 원태인은 분명 한 뼘 더 성장해 돌아왔다.

실패가 던져준 선물. 과연 삼성 토종에이스는 어떤 모습으로 새 시즌을 시작할까. 구단 안팎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