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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월드베이스볼클래식 8강 대진에 대한 불만이 결국 폭발했다.
멕시코는 이날 8강전서 푸에르토리코를 꺾고 4강에 진출했고, 미국은 19일 베네수엘라와 8강전을 치른다. 현지 시각으로 미국은 토요일 경기다.
메이저리그사무국(MLB)이 지난 2월에 공지한 대진표를 보면 미국에서 열리는 8강전 개최 요일은 이렇다. D조 1위-C조 2위의 경기는 금요일, C조 1위-D조 2위의 경기는 토요일이었다. 그런데 미국은 1라운드를 통과할 경우 조 순위와 상관없이 이번 대회 주관 방송사인 FOX와 MLB-TV의 계약 조항에 따라 토요일에 8강전을 한다는 '주석'이 붙어 있다.
길 감독은 "내가 여기 있는 사람이 아니고 그냥 시청자라면, '미국 경기를 토요일 메인 채널인 FOX가 아니라 금요일 FS1에서 중계하면 안 볼거야'라고 말하진 않을 거다"라며 "난 야구팬이다. 미국팀 소속 선수들을 좋아한다. 그들은 전부 올스타급이다. 미국 경기가 금요일이든 토요일이든 일요일이든 시청하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주석'이 아닌 원래대로 C조 1위의 8강전을 토요일, D조 1위의 8강전을 금요일에 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것은 이동거리 및 휴식일과 관련이 있다.
멕시코는 현지 시간으로 수요일 캐나다와의 밤 경기를 마치고 잠도 제대로 못자고 2500마일을 날아 마이애미에 도착해 목요일 하루를 쉰 뒤 이날 금요일에 푸에르토리코와 8강전을 치렀다. 길 감독에 따르면 멕시코 선수들은 캐나다전을 마치고 자정을 넘어 거의 새벽에 숙소에 들어가 잠도 제대로 못잤다는 것이다.
반면 미국은 똑같이 15일에 콜롬비아전을 마치고 마이애미로 날아가 이틀을 준비하고 토요일 저녁에 게임을 한다. 미국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스케줄이다.
다만 멕시코는 준결승에서 일본을 만나는데, 21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즉 이틀 휴식을 취하는 이점이 생겼다. 하지만 길 감독은 장거리 비행을 마치고 쉬는 게 낫다는 입장이다. 멕시코와 미국은 같은 거리를 비행기로 이동했지만, 미국은 하루를 더 쉬고 있다.
길 감독은 "우리는 오늘 오후 훈련을 하고 내일 경기를 해야 했다. 푸에르토리코도 도미니카공화국을 이긴 기쁨을 하루 더 누렸어야 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길 감독이 제기한 불만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MLB가 2월 초 발표한 8강 대진표와 다르게 미국-베네수엘라전 승자가 일본이 아닌 쿠바와 4강전에서 붙도록 바뀌었다는 것이다. 당초 대진표에 따르면 쿠바의 상대는 멕시코와 푸에르토리코전 승자, 일본의 상대는 미국과 베네수엘라 승자였다. 하지만 MLB측은 미국의 조 2위가 확정된 17일 경기 직후 대진표를 슬쩍 바꿔놓았다.
그리고 이에 대한 각국 기자들의 질문에 중계시간과 흥행이라는 엉뚱한 답변을 모호하게 내놓아 빈축을 샀다. 만약 미국이 19일 8강전에서 베네수엘라를 누르면 바로 다음날인 20일 쿠바와 준결승을 하게 된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