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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일본)=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일본 WBC 대표팀이 처음 소집돼서 미야자키 캠프를 시작했을 때, 거의 매일 2만여명의 팬들이 야구장에 운집했다. 연습 경기가 없는 날에도 오로지 훈련을 보기 위해 모인 관중 숫자가 2만명이었다.
뿐만 아니라 '사무라이 재팬'에서 자체적으로 작성하는 뉴스란이 따로 있어서 그날그날 훈련, 연습경기에서의 특이 사항, 선수 인터뷰, 출전 예고 등이 빼곡히 정리 돼있다. 굳이 뉴스 사이트를 찾아보지 않아도 될 정도로 놓치는 정보가 없었다. 다양한 사진과 영상은 덤이다.
또 야구 국가 대표팀의 역사, 과거 출전 대회 이력 등 대표팀에 대한 상세한 정보들도 홈페이지를 통해 알 수 있었다. 일본이 '사무라이 재팬'의 브랜드화에 성공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잘 운영되고 있는지는 몰랐다. 대표팀에 대한 팬들의 애정과 충성심이 절로 생길 수밖에 없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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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KBO도 충분히 한국 야구 대표팀의 브랜드화를 시작해야 하는 것은 맞다. 그렇게 해야 국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이 난다는 뜻이 아니라, 대표팀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불러올 수 있고 자연스럽게 경쟁력도 키워질 수 있다. 아주 사소한 부분인 것 같지만 어떻게 보면 가장 큰 핵심이기도 하다.
특히 프로들이 중심인 성인 A 대표팀에 있어, 우리는 그간 각종 국제 대회 유치나 해외 대표팀과의 평가전 등 국제 교류에 소극적이었다. 왜냐면 KBO리그가 너무 중요하기 때문이다. 1년간 리그를 무리없이 진행하기에도 빠듯하고 바쁜데, 대회가 아닌 경기까지 신경쓸 여력도 인력도 없다. 매번 국제 대회를 앞두고서야 계획이 수립되고, 끝나면 반성도 하지만 다음 대회까지 그 흐름이 이어지지 못하는 이유다.
당장 일본만 해도 코로나19로 강제 휴식기를 갖긴 했지만, 매년 '사무라이 재팬 시리즈'라는 이름으로 호주, 대만, 멕시코 등 타 국가들을 초청해 꾸준히 평가전을 갖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도 WBC 대비용으로 호주 대표팀과 두번의 평가전을 치렀었다. WBC 개막을 4개월 앞둔 시점의 일이었다. 아직 대회까지 시간이 많이 남은데다 소속팀 경기가 끝난지 얼마 안된 매우 피곤한 시점에 '이게 무슨 의미냐' 싶겠지만, 일본 대표팀은 그때부터 '오버다' 싶을만큼 실전을 통해 준비를 해왔다. 그리고 당시 평가전에 참가했던 호주 대표팀 선수들이 대부분 이번 WBC에 출전했다. 많은 것을 의미한다.
WBC에서 일본과의 실력 격차를 절실히 느꼈다면, 더더욱 일본과 맞붙을 기회를 더 많이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WBC처럼 큰 무대에서 덜 당황할 수 있다. WBC 주최인 MLB는 이번 대회에서 '한일전'을 최고 흥행 카드로 보고 매치업을 결정했다. 결과는 어땠나.
WBC 대표팀으로 참가했던 이정후는 귀국 다음날 곧장 소속팀 키움 히어로즈에 복귀해 취재진과의 인터뷰에 응했다. 보도를 통해서 접했지만, 그는 WBC 탈락 이후 여러 생각들을 정리한듯 했다. 이정후는 "어린 선수들이 많았는데 큰 무대에서 바로 경기를 하다 보니까 긴장을 많이 했다. 미리 경험을 시켜주면 좋을 것 같다"면서 "저희는 국제 대회가 있을 때만 국가대표 소집을 하는데, 일본은 매년 소집하는 것으로 알고있다. 앞으로 KBO에서 어떻게 할지 모르겠지만, 친선 경기 같은 것을 만들어주면 가서 열심히 뛰고 경험을 쌓을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 했다.
그냥 '친선 경기를 하자'고 의견만 모여서 성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언제, 어디서 경기를 할 것이며 어떤 선수들을 위주로 출전할 것인지, 또 그 선수들에게 어느 수준의 대우를 해줄 수 있는지 협의해나가야 할 부분은 많다. 모두의 생각이 같지 않기 때문에 선수들이 여러 이유로 참가를 꺼려 난관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정후는 충분히 할 수 있는 소신을 밝혔다. 대표팀의 브랜드화 그리고 끊임없는 관심과 실전 경기 주최로 계속해서 뭔가를 만들어나가야 한다. 꾸준한 노력은 누구도 이기지 못한다.
도쿄(일본)=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