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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일시적 문제는 시간이 해결한다. 시간은 곧 치유다.
성적보다 더 심각한 후폭풍이다.
14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한국 대표팀 선수단. 줄임 말로 '할말 하앓'(할말이 많지만 하지 않는다) 이었다. 아쉬운 마음도 있었지만 입을 꾹 다문 채 뿔뿔이 흩어졌다.
총 책임자인 이강철 감독 만이 취재진 앞에 섰다. 그 조차 억울함이 많은 듯 했다.
각 팀 팬들 사이에 불거진 특정 투수 혹사 논란에 대해 이 감독은 "한국시리즈에서 투수 몇 명을 쓰는지 알아보시고 할 말을 좀 했으면 좋겠다"며 작심 발언을 했다.
서운함의 타깃은 야구팬들이 아니었다. 현장 상황에 대한 정확한 파악 없이(전화 한통만 했다면 충분히 알아볼 수 있었던) 비난의 쓰나미에 편승해 무분별한 비판을 쏟아낸 동료 야구인들에 대한 깊은 실망감이 자리잡고 있었다.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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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마지막 중국전을 마친 뒤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그는 "대표팀에 많이 나오셨던 선배들한테는 위로의 말을 많이 들었는데, 다른 분들은 아주 쉽게 생각하시는 것 같다. 그런 부분이 아쉽다. 저희와 같이 야구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더 아쉽다"고 에둘러 비판했다.
그 깊은 서운함이 국가대표 은퇴 발언으로 이어졌다. 그 자리에서 김현수는 "저는 이제 끝났다. 코리아 유니폼을 입는 것은 마지막"이라며 사실상 은퇴를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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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성적이 좋지 않을 때도 있었지만 실망하지 않고, 계기로 삼아 더 강해질 수 있었다. 이렇게 많이 배우고 성장할 기회를 이제는 후배들에게 넘겨줘야 할 것 같다. 더 잘할 수 있었는데 너무나 아쉽고 분통하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나라를 대표하는 태극마크는 달고 싶다고 달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반대로 하고 싶지 않다고 하지 않을 수도 없는 자리다.
그런 면에서 줄줄이 이어지는 국가대표 은퇴 선언은 다소 씁쓸한 현실을 반영한다. 최악의 결과 속 줄을 잇는 대표팀 반납. 실망감의 다른 표현일 수 있다는 점이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긴다.
그렇게 한국야구는 분열을 통해 표를 얻는 근본 없는 정치판 처럼 변해가고 있다. 성적보다 더 우려스러운 분열의 조짐. ?어진 조각들을 이어 붙일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다. 한국 야구가 봉착한 최대 위기 속 리그의 중심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마지막 시험대에 올랐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