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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숙인 이강철 감독, 혹사 얘기에 고개들어 정색했다. "한국시리즈에서 투수 몇 명을 쓰는지 알아보시고..."[SC초점]

권인하 기자

기사입력 2023-03-15 01:37 | 최종수정 2023-03-15 06:01


고개 숙인 이강철 감독, 혹사 얘기에 고개들어 정색했다. "한국시리즈에서…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1라운드 탈락의 고배를 마신 야구대표팀이 14일 오후 귀국했다. 이강철 감독이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인천공항=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3.3.14/

[인천공항=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한국야구대표팀의 이강철 감독은 "죄송하다"는 말밖에 하지 못했다. 모두가 염원했던 WBC에서의 영광 되찾기는 처참한 참사로 기록됐다. 그리고 팀을 지휘한 감독이 할 수 있는 것은 사죄밖에 없었다.

지난 13일 중국과의 마지막 경기 후 "죄송하다"면서 "선수들은 잘해줬다. 모든 비난을 나에게 해달라"고 했던 이 감독은 14일 귀국한 뒤 인천국제공항에서 가진 인터뷰에서도 똑같이 사죄의 말을 했었다.

그런데 마지막 질문에서 만큼은 표정이 달라졌다. 특정 투수의 혹사 논란에 어떻게 생각하느냐의 질문이었다. 이 감독은 정색을 하며 "한국시리즈에서 투수 몇 명을 쓰는지 알아보시고 할 말을 좀 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원태인(삼성 라이온즈)이나 김원중(롯데 자이언츠) 정철원(두산 베어스)이 자주 등판해서 던졌다. 팬들 중에서 이에 대해 혹사라고 항의하는 글을 쓰기도 했다. 원태인은 한신 타이거즈와의 연습경기부터 7일 동안 108개의 공을 뿌렸고, 김원중도 7일 동안 5경기에 나가 41개를 던졌다. 정철원도 5경기서 63개를 뿌렸다.

하지만 승리를 위해 좋은 컨디션의 투수를 집중 기용하는 것은 당연하다. 몸이 좋지 않고, 컨디션이 좋지 않아 스트라이크도 제대로 못던지는 투수를 낼 수는 없지 않나. 게다가 한국은 호주와 일본전에 지면서 체코와 중국전에서도 조금이라도 팬들에게 좋은 승리를 안기기 위해 총력전으로 경기를 해야했다.

한국시리즈에서 엔트리에 들어간 투수를 다 쓰는 경우는 드물다. 큰 점수차로 패하지 않는 한 거의 모든 경기에 선발에 이어 필승조가 투입된다. 선발 투수가 중간 계투 혹은 마무리로 나서는 경우까지 있다. 그야말로 총력전이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도 SSG 랜더스 김택형의 경우 6경기서 4차전을 제외하고 5경기에 등판해 총 83개의 공을 뿌렸다. 1차전 선발로 나와 99개, 5차전 선발로 84개의 공을 뿌렸던 에이스 김광현은 6차전에 4-3으로 승리를 앞두고 9회초 1사후 마운드에 올라 2명을 아웃시키고 우승 헹가래 투수가 됐다. 그런데 이들에 대해서는 아무도 혹사라고 하지 않았다.

2021년 이강철 감독이 이끈 KT 위즈의 한국시리즈에서도 마무리 김재윤은 5일 동안 4경기에 모두 등판해 4.1이닝 동안 66개의 공을 던졌고, 정규시즌 내내 선발로 등판했던 고영표는 한국시리즈에서는 불펜 투수로 변신했고, 2,3,4차전에 나와 나흘 동안 3경기서 4⅔이닝 동안 68개를 던졌다. 역시 당시엔 아무도 혹사라고 하지 않았다.


이 감독은 "선수들은 이제 또 야구를 해야한다. 올해에 아시안게임과 APBC 등 국제대회가 또 있다. 우리 선수들에게 좋은 말씀 해주시면 감사하겠다"면서 "내가 부족해서 이런 결과가 나왔으니 나를 비난하고 선수들에 대해선 비난을 자제해 주시면 고맙겠다"라고 했다.

본인이 모든 책임을 안겠다고 했지만 혹사에 대한 것만은 선을 그었다. 이 감독도 WBC에서 원태인 김원중 정철원을 계속 낼 것이라고 생각했을까. 세이브왕으로 대표팀의 마무리를 맡았던 고우석은 대회 직전 근육통이 와서 아예 1경기도 던지지 못했고, 홀드왕으로 셋업맨 역할을 해야했던 정우영은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다. 그 와중에도 좋은 컨디션을 보인 투수들 위주로 경기를 치러야했다.

혹사 논란으로 대표팀을 비난하기 보다는 조금이라도 승리를 위해 던졌던 그들을 위해 격려의 박수가 필요한 때다.
인천공항=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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