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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현의 시대'가 저물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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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었던 김광현(金廣鉉)은 일본전이 너무 아쉬웠다. 1,2회를 완벽한 피칭으로 막아놓고 3회 불안한 제구력을 극복하지 못하고 무너져 패배의 빌미를 제공했다. 2이닝 2안타 2볼넷 4실점 패전. 오타니 쇼헤이를 87.1마일 바깥쪽 슬라이더로 셧아웃시키고 다르빗슈 유와의 선발 맞대결을 호기롭게 끌고 갔으나, 초반 고비를 넘지 못했다. 개인통산 7번째 국제대회는 그렇게 짧은 순간 아프게 지나갔다.
아쉬움 크게 남기는 양현종(梁玹種)도 마찬가지. 첫 판인 호주전서 8회 89.2마일 밋밋한 직구를 그렇게 던지지만 않았다면 로비 퍼킨스에게 3점포를 맞지 않았을 터. 3타자에게 모두 안타를 맞고 아웃카운트 없이 물러났다.
양현종의 태극마크도 그동안 영욕을 함께 했다. 세 차례 아시안게임 금메달과 2019년 프리미어12 준우승을 맛봤지만, 2017년과 2023년 WBC 참패도 아픈 기억으로 남는다. 국가대표로 통산 11경기에 등판해 40⅔이닝을 던져 4승2패, 평균자책점 3.10을 기록했다.
또 한 명의 대표팀 영웅 류현진(柳賢振)은 아예 이번 대회 참가가 불가능했다. 작년 6월 왼쪽 팔꿈치에 토미존 수술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끝으로 태극마크를 자의반타의반 반납했다. 13년 전의 일이지만 대표팀 류현진의 피칭 모습은 팬들의 기억에 선명히 남아있다.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의 일등 주역이었다. 쿠바와의 결승전 8⅓이닝 2실점 승리투수가 대표적인 업적이다.
이들 4명을 통해 한국 프로야구는 황금기를 맞았고, 이들 스스로는 전성기를 만끽했다. KBO리그는 2008년 500만명 및 경기당 1만명 관중시대를 열었고, 코로나 팬데믹 이전까지 600만~800만 팬들을 끌어모으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이들의 현역 은퇴는 아직 아니다. 김현수 김광현 양현종은 소속팀과 맺은 장기계약이 3~5년씩 남아 있다. 류현진도 올해 후반기 돌아와 구위를 찾는다면 FA 계약으로 메이저리그 잔류가 가능하다. 그렇지 않더라도 국내 마운드 복귀는 정해진 수순이다. 대표팀에서 물러났다고 해서 할 일이 없는 게 아니다.
이번 WBC는 이들의 뒤를 이을 젊은 인재 발탁과 세대교체라는 무거운 과제를 남겼다. 이들 4명을 닮은 선수를 찾고 키우는 일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