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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터져야죠" 고향 땅에서 무너진 1라운더 루키, 사령탑은 왜 실패를 바랐을까?[대구초점]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23-03-14 01:06 | 최종수정 2023-03-14 09:25


"한번 터져야죠" 고향 땅에서 무너진 1라운더 루키, 사령탑은 왜 실패를…
SSG 1라운더 신인 이로운. SSG 랜더스 제공

[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정상은 오르기 보다 지키기가 더 어렵다. 디펜딩 챔피언 SSG 랜더스.

이 말을 체감할 만 하다. 지난 시즌 기준 불안요소가 커졌다. 불펜을 든든히 지켜주던 김택형 장지훈 이태양이 한꺼번에 빠졌다. WBC에 차출된 김광현을 대체할 1선발로 낙점했던 애니 로메로가 캠프 막판 어깨 통증으로 이탈했다. 아직은 복귀 시기를 점치기 힘든 상황.

행복했던 선발 빼기 고민이 사라졌다. 팀으로서 반가운 상황은 아니다.

마이너스 자리, 과연 누가 메워줄까. SSG 김원형 감독은 젊은 선수들을 주목하고 있다.

13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과의 시범경기 개막전에 앞서 김 감독은 마운드 이야기 중 "조금 이른 판단일 수 있지만 어린 선수들을 시범경기 때 많이 보고 싶다. 팀에 활력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루키 이로운, 송영진과 2022년 1차지명 투수 윤태현 등이 주인공.
"한번 터져야죠" 고향 땅에서 무너진 1라운더 루키, 사령탑은 왜 실패를…
SSG 랜더스가 해외 전지 훈련을 마치고 8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김원형 감독이 입국장을 나서며 사인을 해주고 있다. 인천공항=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3.03.08/
김 감독은 "캠프 때와 시범경기 때, 그리고 정규 시즌 때 달라질 지 모르지만 시범경기 때는 터지더라도 꾸준히 기회를 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터져보고 벽에 부딪혀 봐야 자신을 다시 한번 돌아보고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알 수 있다. 개막 엔트리 진입 여부는 나중 문제고 일단 여기서 계속 터지고 상처도 받아봐야 한다"고 이야기 했다.

고통 없이 새겨지는 나이테는 없다. 성장통이 있어야 대투수가 될 수 있다. 매도 일찍 맞는 편이 낫다.

공교롭게도 그 고난이 곧바로 시작됐다. 큰 기대를 모으는 대구고 출신 1라운더 신인 이로운. 고향 땅 대구에서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

13일 대구 삼성전에서 1-1로 맞선 8회말 6번째 투수로 등판, 패전투수가 됐다. 1이닝 동안 6타자를 상대로 3안타 1폭투 2실점. 올라오자 마자 이재현 김현준 김태훈에게 연속 3안타를 맞고 2점을 헌납했다.


김 감독이 경기 전 말한 그대로 '터진' 경기였다.

하지만 실점 후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흔들렸지만 무너지지 않았다. 이로운은 후속 3타자를 범타 처리하며 스스로 이닝을 끝마쳤다. 특히 마지막 타자는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캠프 2경기에서 2이닝 동안 1안타 1볼넷 무실점으로 승승장구 했던 터.

국내로 돌아와 처음 가진 시범 경기에서 첫 실점을 했다. 김 감독이 바라는 상황이 바로 펼쳐진 셈.

왜 그토록 전도유망한 루키 투수의 실패를 바랐을까.

이유가 있다. 김원형 감독은 "본 경기 가서 더 큰 데미지를 입기 전에 옆에서 한 템포 끊어주는 것도 현장 스태프의 일"이라며 "가능성을 보면 충분히 상처도 이겨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매를 미리 맞아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과연 이로운이 기대대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더욱 단단해진 모습으로 프로 첫 시즌을 맞이하게 될까. 과정은 순조롭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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