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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생애 첫 태극마크에 들떴다. 하지만 영광과 더불어 아픔으로 남을 모양새다.
한국의 본선 2라운드 진출을 위한 경우의 수는 일본 전승-중국 전패-한국 체코 호주 2승2패 동률 및 3팀간 최소 실점 1위라는 단 한가지밖에 남지 않았다. 1점1점이 아쉬운 한국으로선 뼈아픈 실점이었다.
이번 대회 들어 매경기 '분골쇄신'해온 김원중 입장에선 한층 속상한 이야기다. 이번 WBC는 고교 시절 부상으로 청소년대표조차 해보지 못한 김원중에겐 생애 첫 태극마크다. 때문에 김원중은 누구보다도 기뻐하며 이번 대회를 준비했다.
하지만 현실은 막막하다. 김원중은 지난 6일 오릭스 버팔로즈와의 연습경기를 시작으로 7일간 대표팀이 치른 5경기에 모두 등판했다.
특히 매경기 처한 상황이 가혹하기 그지 없다. 아무리 격한 승부에 익숙한 마무리투수라지만 부담이 너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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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막상 본게임인 9일 호주전에서는 한국 야구팬들의 '공공의 적'이 됐다. 이날 김원중은 7회 1사 2,3루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첫 타자를 삼진으로 처리했지만, 다음 타자 로비 그렌디닝에게 3점 역전포를 허용했다.
김원중의 시련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10일 일본전에는 6회 김윤식의 볼넷-사구-볼넷으로 밀어내기를 내준 뒤 무사 만루 상황에서 팀의 운명을 짊어져야했다. 김원중은 2안타 1실점하며 이닝을 마무리짓지 못한 채 단 6구만에 교체됐다. 대표팀은 이 이닝에만 무려 5점을 내줬고, 7회 2점을 추가로 내주며 콜드게임 위기에 몰리는 등 한일전답지 않은 굴욕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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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써 김원중은 오릭스전, 한신 타이거즈전(이상 연습경기) WBC 개막 후인 9일 호주전, 10일 일본전에 이어 이날 체코전까지 모두 마운드에 오른 투수가 됐다. 오릭스전 때는 최고 151㎞까지 나오던 직구 구속도 체코전에선 140㎞ 안팎까지 추락했다. 두산 정철원(24) 역시 김원중처럼 오릭스전부터 체코전까지 5경기 연속 등판하고 있다.
과거 '국민 노예'라는 별명을 얻었던 2009 WBC의 정현욱(5경기 10⅓이닝), 2020 도쿄올림픽의 조상우(6경기 8⅓이닝) 못지 않은 혹독한 경험이다. 당시 조상우는 도쿄올림픽에서 7일간 5경기에 모두 등판하고도 메달 획득에 실패, 야구팬들의 눈시울을 붉힌 바 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