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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기는 상대가 가장 무섭다' 진격의 '투잡러' 방심은 금물, 그럴리 없겠지만…[WBC]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23-03-12 10:55 | 최종수정 2023-03-12 10:55


'즐기는 상대가 가장 무섭다' 진격의 '투잡러' 방심은 금물, 그럴리 없…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023 일본과 체코의 경기가 11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렸다. 3회말 일본 눗바가 체코 수비진의 호수비로 아웃되고 있다. 도쿄(일본)=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3.03.11/

[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꿈의 무대였던 도쿄돔을 밟은 '투잡러' 체코 선수들.

그들의 표정에는 즐거움이 가득했다. 처음으로 예선을 통과했다. 1라운드 첫 경기 중국전에서 승리하며 본선 첫 승도 거뒀다. 11일 저녁 도쿄돔에서 만난 최강 일본전. 경기 전 체코 선수들에게 승패가 중요해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미리 준비한 국내리그 소속팀 유니폼으로 기념촬영을 찍고, 원정 응원을 온 자국 팬들과 즐겁게 소통했다. 경기를 준비하는 내내 밝은 미소가 끊이지 않았다.

도쿄돔에서 그들은 선수이자 팬이었다. 일본팀 최고 스타 오타니 쇼헤이가 경기 전 프리배팅을 위해 배팅 케이지에 들어서자 환호하며 핸드폰을 꺼냈다. 연신 담장 넘어 까마득히 타구를 날리는 메이저리그 만장일치 MVP의 경이적 파워를 몸을 회전해 가며 담았다. '와~'하는 감탄사도 잊지 않았다.

경기를 앞둔 상대팀 주포. 기를 살려주는 건 금물이다. 적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 역시 금기사항.

워낙 큰 전력 차이 때문이었을까. 승패 보다 게임 자체를 즐기려는 모습 처럼 보였다. 하지만 정작 경기에 들어가자 이는 착각이었다. 언제 그랬냐는 듯 표정이 돌변했다. 진지한 얼굴로 게임에 집중했다.

일본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 사사키 로키에게 주눅들지 않았다. 1회 2사 후 흘루프가 2루타로 포문을 열였다. 상대의 예상치 못한 기세에 오히려 일본이 당황했다. '영업사원' 체르벤카의 타구에 유격수가 실책을 범하며 선취점을 내줬다.
'즐기는 상대가 가장 무섭다' 진격의 '투잡러' 방심은 금물, 그럴리 없…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023 일본과 체코의 경기가 11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렸다. 체코 선발투수 사퇴아가 역투하고 있다. 도쿄(일본)=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3.03.11/
선발 사토리아도 씩씩했다. 사사키의 광속구와 대비돼 더 느려보였지만 1회부터 체인지업을 앞세워 테이블세터 누트바르와 곤도를 연속 삼진 처리하며 기세 좋게 출발했다. 최고 타자 오타니까지 땅볼로 삼자범퇴. 2회에도 일본 MVP이자 홈런왕 무라카미를 삼진 처리하며 2이닝 동안 무실점으로 일본 타선을 봉쇄했다.

3회부터 반격에 나선 일본이 결국 10대2로 승리했지만 체코 선수들은 "꼭 한번 뛰고 싶었다"던 꿈의 무대 도쿄돔에서 최강 홈팀을 상대로 후회 없는 경기를 펼쳤다.


즐기는 상대가 가장 두려운 법. 8강 진출의 실낱 같은 희망을 품고 체코 선수들을 만나는 대한민국 선수들이 방심해서는 안되는 이유다. '신경외과 의사'인 체코 파벨 하딤 감독은 12일 낮 12시 한국전에 앞서 "훌륭한 팀과 경기를 하게 됐는데, 한국 성적이 좋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최선을 다해서 대결 하겠다"며 필승의지를 밝혔다.

세계 야구가 상향 평준화 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던 이번 대회. 앞서고 있더라도 방심은 절대 금물이다. 그럴 리 없겠지만….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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