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코치' 명함은 성에 차지 않겠죠."
스타 선수가 지도자로 '제2의 야구인생'을 꽃피우는 건 옛말이 된 지 오래. 그라운드 바깥에서 해설위원 또는 예능 스타로 활동하는 모습이 최근 수 년새 부쩍 늘었다. 선수로 쌓은 경험과 통찰력, 갖가지 뒷이야기를 풀어내는 이들의 모습은 색다른 재미를 선사해왔다. KBO리그가 대중적 인기 스포츠로 자리 잡은 것엔 이들의 '넘치는 끼'도 한몫을 했다는 것을 부정할 순 없다.
하지만 현장에선 '스타 지도자 기근'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꾸준히 이어져 왔다. B코치는 "최근 현장을 둘러보면 소위 '레전드'라 불리는 젊은 코치들이 몇 명이나 있나"라고 반문한 뒤 "리그 톱클래스 성적을 쌓았던 코치들은 젊은 선수들이 갖지 못한 경험, 노하우를 전수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선수들과 거리감도 적어 시너지도 낼 수 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스타급 선수들이 은퇴 후 지도자 생활을 하는 모습이 뚝 끊겼다"고 지적했다. 그는 "요즘엔 굳이 힘들게 지도자 수업을 받지 않아도 다른 직업을 찾을 수 있다. 프로, 아마 구단 소속이 아닌 '베이스볼 아카데미'를 차려 선수들을 지도할 수도 있다"며 "직업 선택 자유가 있고, '쉬운 길'을 찾는 걸 뭐라 할 순 없다. 다만 선배들의 노하우가 젊은 선수들에게 제대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건 아쉽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러면서 "바깥에서 '조언'을 하는 건 쉽다. 하지만 한 시즌 내내 선수들과 팀에서 부대끼면서 지도하는 것과는 다른 문제"라며 "수 년 동안 국제 무대 부진 때마다 '위기'라 말하지만, 정작 우리 선배들이 그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인지는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KBO리그를 거쳐갔던 선배들도 여기저기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감독의 투수 운용을 두고 "수를 너무 못 뒀다", "대책 없는 교체가 아쉽다", "이런 식의 경기 운영이라면 대표팀 감독을 하지 않는 게 맞다" 등 소위 '작심비판'을 한 이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근심 어린 목소리'를 내는 이들 중 KBO리그에서 실제 지도자 경험을 쌓은 이는 손에 꼽을 정도다. 한국 야구의 현주소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