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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다 안타 전설'도 "쓴소리 해주세요"…선배들도 막막한 한국야구의 현실

나유리 기자

기사입력 2023-03-11 23:24 | 최종수정 2023-03-12 00:05


'최다 안타 전설'도 "쓴소리 해주세요"…선배들도 막막한 한국야구의 현실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과 일본의 경기가 10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렸다. 한국이 13-4로 패했다. 팬들에게 인사를 한 후 발걸음을 옮기는 선수들의 모습. 도쿄(일본)=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3.03.10/

[도쿄(일본)=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KBO리그에서 전설적인 성적을 남긴 은퇴 선수들도 모두 막막한 현실에 탄식했다. 개개인의 잘못이 아닌, 총체적 난국. 대책은 있을까.

한국 야구 대표팀이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2경기 연속 참패했다. '졌지만 잘 싸웠다'가 아니라 '지면 안되는 경기'를 졌고, '자존심이 상하게' 졌다는 게 문제다.

이번 WBC 대회 첫 경기였던 호주전은 한국 대표팀이 반드시 잡았어야 하는 경기였다. 모든 구성원들이 처음부터 "호주전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할 정도로 8강 진출의 분수령이었다. 하지만 호주의 어린 선발 투수를 전혀 공략하지 못했고, 불펜이 흔들리면서 3점 홈런을 2방이나 맞으며 7대8로 졌다. 호주전에 패한 충격 여파는 이튿날 한일전에서도 이어졌다. 역대 최강 전력을 갖춘 일본을 상대한 한국은 초반 3-0 리드를 잡았었지만, 마운드가 와르르 무너지면서 4대13으로 참패를 당했다.

최소 1승1패를 희망했던 2경기였지만, 결과는 2패. 조 2위까지만 주어지는 8강 티켓은 이제 자력으로 얻을 수 없다. 남은 경기를 다 이기고도 타 팀의 결과와 운까지 따라야 희망을 이어갈 수 있다. 하지만 이제는 8강 진출 여부가 문제가 아니다. 총력을 다 하고도 진 2경기에서 한국야구의 현주소가 알려졌기 때문이다.

KBO리그의 레전드들도 거침없이 목소리를 냈다. 도쿄에서 방송 해설을 맡은 박용택 KBS 해설위원은 추가 영상을 통해 "계속 팬 여러분께 응원해주세요, 사랑해주세요라고 이야기 해왔는데 오늘(한일전)은 그런 말씀을 못드리겠다. 야구팬분들 쓴소리 해달라. 그리고 지켜봐달라. 지금 우리 한국 야구가 현재 처해있는 위치를 어제와 오늘 도쿄돔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며 촉촉해진 눈가로 이야기 했다.

옆에 있던 박찬호 위원 역시 구체적으로 투수력이 약해졌다는 진단을 내리면서 "투수들이 자기가 가지고 있는 좋은 공을 제대로 던지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취재진에게 "원래 해설을 안하려고 했었는데, 후배들 응원해주려고 한다고 했다"던 이대호 SBS 해설위원도 "제구력이 없으면 투수는 힘들다. 투수력 차이를 확실하게 보여주는 경기였다"면서 "보고 배워야 한다. 젊은 선수들이 경기를 하면서 어떻게 해야하는지 성장할 것"이라고 후배들을 감싸면서도 못내 씁쓸함은 감추지 못했다.

이순철 해설위원도 목소리를 높였다. 이 위원은 "지도자들과 선수들이 깨달아야 한다. 이렇게 해서는 우물 안 개구리다. 호주전에서는 기본기를 완전히 벗어난 플레이를 했고, 오늘은 참담하다. 자존심이 무너졌다"고 쓴소리를 했다. 뿐만 아니라 양준혁, 김성근 감독 등도 미디어를 통해 개탄했다.


레전드들이 앞다퉈 소리를 내는 것은 '선수들이 잘못했다'는 메시지가 아니다. 경기 운영이나 실수한 플레이 등 내용면에서 아쉬움은 있었으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번 WBC에서 격차를 절감했다는 사실이다. 이길 수 있었지만 진 것과, 애초에 이길 수 없는 차이는 다른 문제다. 특히나 일본이 꾸준히 좋은 선수들을 발굴해낸 것과 달리, 한국 야구가 퇴보했다는 절망감이 야구계 전체를 덮쳤다. 좋은 선수를 기르지 못했고, 국제 대회에 맞는 준비를 철저히 하지 못했다는 통렬한 반성이자 개선에 대한 촉구인 셈이다.


도쿄(일본)=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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