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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우진 뽑았더라면…' 도쿄 대신 고척에서 156㎞, 다시 불거진 미발탁 논란, 결과보다 더 중요한 것은…[SC시선]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23-03-11 18:55 | 최종수정 2023-03-11 18:57


'안우진 뽑았더라면…' 도쿄 대신 고척에서 156㎞, 다시 불거진 미발탁…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과 일본의 경기가 10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렸다. 6회말 무사 만루 한국 김윤식이 일본 곤도에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하고 있다. 도쿄(일본)=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3.03.10/

'안우진 뽑았더라면…' 도쿄 대신 고척에서 156㎞, 다시 불거진 미발탁…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과 일본의 경기가 10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렸다. 7회말 한국 이의리가 마운드를 내려가고 있다. 도쿄(일본)=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3.03.10/

[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안타까운 일이다. 스피드를 떠나 제구 조차 되지 않는 대표팀 영건들.

안정된 하체 활용 속에 영점 잡힌 150㎞대 볼끝 좋은 강속구에 변화구를 섞어 쉽게 뿌리는 일본 대표팀 투수들과 바로 눈 앞에서 비교되면서 자괴감이 커졌다.

결과론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는 스포츠인 야구.

골든글러브 투수 부문 수상자 키움 안우진 미발탁을 논란이 재소환 됐다. 설왕설래가 오가고 있다.

한국 대표팀 투수들이 일본 타자들에 유린되던 그날 안우진은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두산 베이스와의 평가전에 선발 등판, 최고 156㎞ 강속구로 2이닝을 3탈삼진 포함, 무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다시 불거진 안우진 미 발탁 논란. 의견은 양분된다.

한국 대표팀 젊은 투수들이 일본전에서 망신 수준의 형편 없는 경기를 펼치면서 콜드게임 직전까지 갔던 일본 대표팀 타선의 예봉을 막아낼 투수는 안우진 뿐이었다는 견해다. 안우진이 있었더라면 호주전도 이길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반대 입장은 한국대표팀 참사와 안우진 미발탁은 무관한 일이라는 선을 긋는 주장이다. 애초에 '학폭 이슈'로 뽑히지 못한 마당에 경기 결과가 좋지 않다고 이를 소환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견해.


'안우진 뽑았더라면…' 도쿄 대신 고척에서 156㎞, 다시 불거진 미발탁…
'도쿄돔 아닌 고척돔에서 웃다' 10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키움과 두산의 연습경기가 열렸다. 2회 투구를 마친 안우진이 마운드를 내려오며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고척=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

'안우진 뽑았더라면…' 도쿄 대신 고척에서 156㎞, 다시 불거진 미발탁…

문제는 안우진 미발탁이란 결과가 아니다. 핵심 문제는 그 결론에 이르는 과정에 있었다.

안우진 대표팀 발탁이 옳으냐 그르냐 문제를 차지하고, 일관성 있는 기준이 없었다. 투표로 뽑히는 골든글러브 수상 자격은 있는데 대표팀은 자격이 없는 상황. 그러다보니 결국 여론이 기준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이에 수반해 불필요한 말들만 많아졌다. 급기야 SSG 추신수의 "한국은 용서가 쉽지 않다"는 작심 발언까지 나왔다. 책임지지 않으려는 야구계 선배들을 비난했다.

KBO 측은 "선수 선발 기준은 기량과 국가대표로서의 책임감, 자긍심 등이었다"며 안우진의 대표팀 제외 배경을 설명했지만 이는 결국 여론 추이를 반영한 결과였다.

안우진 배제 자체는 문제는 아니었다.

소모적 논란의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그 과정이 보다 분명하고 일관된 원칙 하에 진행됐어야 했다. 골든글러브 수상 자격 부터 대표팀 발탁 과정까지 보다 명확하고 일관성 있는 기준이 필요했다.

결정이 쉽지 않았던 것은 리그에서 안우진을 대체할 만한 투수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 때문이다.

안우진의 과거사가 문제였다면 그를 대체할 투수를 충분히 뽑으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현 시점 KBO리그에서 그를 대체할 만한 젊은 투수는 없다. 국제대회에서 통할 만큼 공이 빠른 투수도 드물지만 공이 빠르면 제구가 안된다.

하루 아침에 발생한 문제가 아니다. 갈수록 줄어드는 유소년 인재풀, 인재 육성보다 대회 성적내기에 급급한 기본기 무시, 학생 야구에서의 나무 배트 사용, 현장과 괴리된 비현실적이고 기계적인 수업시간 종용 등이 만들어낸 참담한 결과였다.

안우진 미발탁 논란이 다시 불거지는 건 한국야구의 척박한 현실을 확인시켜주는 안타까운 일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오롯이 선수의 재능만으로 안우진 같은 선수가 하루아침에 갑자기 툭 튀어나오기를 바라는 건 무리다. 요행히 한두명 탄생한들 큰 의미가 없다. 일본 처럼 다수의 안우진 같은 투수가 육성되기 위해서는 풀 뿌리로 돌아가야 한다. 그 해답은 학생 야구의 개혁에 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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