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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악물고 던졌다…'패전 투수' 김광현을 누가 비난하랴[도쿄 리포트]

나유리 기자

기사입력 2023-03-11 01:41 | 최종수정 2023-03-11 08:30


이 악물고 던졌다…'패전 투수' 김광현을 누가 비난하랴[도쿄 리포트]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과 일본의 경기가 10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렸다. 3회말 무사 2루 한국 김광현이 일본 나카무라를 볼넷으로 내보낸 후 아쉬워하고 있다. 도쿄(일본)=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3.03.10/

[도쿄(일본)=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늘 밝은 얼굴로 국가대표와 태극마크에 대해서 이야기 하던 김광현은 한일전에서 대패한 후,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과 침통한 표정으로 아무말도 하지 않고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하지만 누가 김광현을 비난할 수 있을까.

김광현은 10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B조 조별리그 일본전에 선발 투수로 등판했다. 그의 최종 기록은 2이닝 3안타 5탈삼진 2볼넷 4실점 패전투수. 한국이 일본에 4대13으로 대패했고, 그 경기의 패전 투수가 바로 김광현이다.

그러나 그는 최선을 다했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다. 김광현은 하루 전인 호주전에서도 경기 후반 불펜 대기를 해야했을 정도로 대표팀 상황이 급박했다. 이강철 감독은 일본전 선발 투수를 미리 공개하지 못했다. 호주전이 너무 중요했기 때문이다. 호주전을 최대한 여유있게 이겨서 투수를 아끼고, 일본전 선발 투수도 머리속에 생각해놓은 구상대로 내는 것이 베스트였지만 모든 계획이 어그러졌다. 불펜에서 대기하던 35세의 베테랑 투수 김광현이 다음날 한일전 선발이라는 중책을 맡게된 이유다. 불과 이틀 전까지도 김광현은 "내가 한일전에 나가게 될지 모르겠다. 제가 나갈까요?"라며 웃었다.

2회까지 김광현은 희망을 주는 투구를 했다. 다르빗슈 유를 상대로, 최고의 타자들을 상대로 전혀 밀리지 않는 투구를 했다. 일본 타자들은 연신 방망이를 헛돌렸다. 메이저리그 최고의 타자 오타니 쇼헤이와의 승부에서도 김광현은 당당하게 삼진을 잡아냈다. 김광현이 2회까지 철벽으로 버텼기 때문에, 한국이 3회초 선취점을 뽑을 수 있는 기회도 있었다. 도쿄돔, 한일전 그리고 김광현. 과거 한국 야구 대표팀의 영광을 다시금 떠오르게 하는 값진 장면이었다.

김광현도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게 쉽지 않았다. 스프링캠프를 제대로 치르지 못하고 보낸 지난 시즌 피로 여파도 있고, 올해도 WBC에 맞춰서 몸을 빨리 만드느라 어려움이 있었다. 애리조나의 날씨 문제 등으로 실전 등판도 충분히 하지 못해서 투구수를 늘리는 것도 난관이 있었다. 투구수가 불어난 3회에 난조를 보이면서 제구가 원하는 곳에 되지 않았다. 이강철 감독은 김광현을 한번 더 믿었지만 결과적으로 대량 실점의 빌미를 제공한 셈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김광현은 자신의 몫을 충분히 해냈다. 그는 이번 WBC가 자신의 마지막 국제 대회가 아닐까 라는 이야기를 해왔다. 스스로는 절대 만족할 수 없겠지만, 우리는 '에이스'를 다시 봤다.


도쿄(일본)=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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