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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만원 연봉' 호주에 진 '수십억 연봉' 한국, 그 참담한 현실 [김 용의 어젯밤이야기]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23-03-10 00:07 | 최종수정 2023-03-10 06:07


'수백만원 연봉' 호주에 진 '수십억 연봉' 한국, 그 참담한 현실 [김…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1차전 한국과 호주의 경기가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렸다. 한국이 8대7로 패했다. 경기 종료 후 인사하는 한국 선수단의 모습. 도쿄(일본)=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3.03.09/

[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연봉 수백만원 선수들보다 나은 게 없었던 한국 대표 선수들.

애국심이라는 명목으로 무조건적인 희생을 강요할 수 없기는 하지만, 참담한 마음은 감출 수 없다. 이렇게 아픔이 잊혀지고, 또 시즌이 시작되면 팬들은 응원을 보내니 달라지는 건 없다. 이렇게 '그들만의 돈 잔치'가 계속된다.

한국 야구 대표팀은 9일 열린 호주와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첫 경기에서 7대8로 패했다. 점수만 보면 흥미로운 접전이고 경기 내용도 그랬지만, 이렇게 흥미로운 경기를 했다는 자체가 한국에게는 굴욕이었다.

한국이 국제대회에서 호주에 진 건 무려 16년 만이다. 그것도 비중이 떨어지는 야구월드컵에서 졌었다. 그만큼 한국과 호주는 야구 저변과 전력 차이가 컸다. 이번 대회도 객관적 전력만 감안하면 한국이 승리해야 맞는 매치업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한국은 야수들도, 투수들도 100%로 경기를 치를 수 있는 상태가 아닌 듯 보였다. 홈런 3방에, 어이없는 세리머니 주루사로 패했다. 더 아픈 건, 한국 선수들이 속된 말로 특별히 '말렸다'기보다, 호주와 힘대힘 싸움에서 완전히 밀렸다는 것이다. 타자들의 펀치력, 투수들의 집중력, 벤치 운영까지 운보다 실력으로 진 경기였다.

호주는 한국과 같은 프로 리그가 없다. 세미 프로라고 봐야 한다. 한 시즌 10주간만 야구를 하고, 선수들은 고작 수백만원의 연봉을 받는다. 대부분 야구 외에 직업을 갖는 선수들이 많다. 물론, 미국 무대에서 뛰며 프로 커리어를 쌓은 선수도 있었지만 선수단의 다수가 이 부족한 호주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었다.

반면 한국은 올스타급 라인업이었다. 김하성, 토미 에드먼 현역 메이저리거에 예비 빅리거 이정후가 있었다. KBO리그에서 FA 계약으로만 세자릿수 억원을 번 선수들이 수두룩했다. 하지만 호주 선수들보다 확실히 나은 기량을 보여준 선수는 없었다.

사실 미국 메이저리그 클래스에서 보면 보면 한국 야구는 마이너리그 더블A, 트리플A 수준이다. 한국이 어떤 상대도 만만히 봐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야구 변방이라고 하던 국가들의 실력은 점점 좋아지고 있다. 반대로 수십, 수백억원을 버니 우리 스스로가 대표 선수들을 지나치게 과대 평가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2006년, 2009년 WBC와 2008 베이징 올림픽의 환희가 잊혀지지 않는다. 전력을 뛰어넘어 감동적인 승리를 선물했다. 그 때는 한국 야구는 나라를 대표한다는 자부심과 함께 '헝그리 정신'이 있었다. 그리고 병역 혜택이라는 달콤한 유혹도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국제대회에 대한 간절함이 떨어지고 있다. 선수들이 들으면 기분 나쁠 수 있겠지만, 최근 국제대회 참사가 연이어지는 건 분명 이유가 있어서다. 정규시즌에 맞추려면, 벌써부터 몸상태를 끌어올리는 건 모험이다. 특히 투수들이 그렇다. '당근'이 없는 대회에 죽자살자 덤볐다 시즌을 망치면 큰 돈을 잃을 수 있다. 한 야구인은 "스타급 선수들은 대표팀에서 '배부른 돼지'가 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 돼버렸다"고 꼬집었다.

선수가 없으니 몸값이 올라가는 시장 경제 논리를 부정할 수는 없겠지만, 수백만원 연봉의 세미프로 선수들보다 못한 경기력을 보여준 선수들이 천문학적인 돈을 받는 다는 사실도 충격이다. 벌써 몇 번째 반복이다. 팬들의 마음은 더욱 차가워질 수밖에 없을 듯 하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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