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형우 형 승환 형 조르고 다녀요" 고정관념과의 전쟁, 서른 여덟 포수에게 무슨 일이…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23-03-08 13:34 | 최종수정 2023-03-08 13:37


"형우 형 승환 형 조르고 다녀요" 고정관념과의 전쟁, 서른 여덟 포수에…
오키나와 캠프에서 인터뷰 하는 강민호. 오키나와=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오키나와=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오키나와 캠프에서 만난 삼성 포수 강민호. 검은 머리 사이로 설핏 흰 가닥들이 보인다.

"흰 머리요? 저 엄청 많아요. 염색하고 있는 거에요. 야구 선수 그만두면 안할 건데, 야구할 때까지는 하고 싶어요."

흰 머리를 가리고픈 이유.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젊은 아빠"이고 싶은 것도 있지만, 스스로 젊다는 자기 암시도 있다.

1985년생. 올해 나이로 서른 여덟이다. 체력 소모가 큰 포수라는 특수 포지션. 타고난 강건한 체력과 노력으로 한시즌 한시즌 나이를 극복해 가고 있다. 나이 탓에 자칫 약해지려는 멘탈도 다 잡으려 노력중이다.

"잘 가고 싶어요. 잘 왔으니까 잘 가는 것도 이제 중요하잖아요. 저도 어린 나이부터 지금까지 프로를 쭉 경험하고 있는데 정말 멋있었던 프랜차이즈 선배들도 많았지만 그 선배님들이 다 멋있는 모습으로 떠나는 건 아니더라고요. 제게 남은 기간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지만 잘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항상 많이 해요."


"형우 형 승환 형 조르고 다녀요" 고정관념과의 전쟁, 서른 여덟 포수에…
4일 요미우리전에 출전한 강민호.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돈, 야구 선수로서 벌 만큼 벌었다. 프로지만 더 이상 돈은 방향타도, 목표도 아니다.

"의미가 없죠. 이제는 확실한 동기 부여가 있다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어렸을 때부터 우상이자 막연한 꿈이었던 박경완 김동수 선배님께서 쌓아 왔던 커리어에 이제는 내가 도달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요."

강민호는 지난해 130경기에 출전, 2108경기로 박경완이 보유하던 포수 최다 출전 기록(2044경기)을 넘어섰다.


현역 최다 경기 출전 기록 보유자. 올 시즌 129경기만 더 나가면 역대 최다 경기 출전 기록 보유자 박용택(2236경기)을 넘어서게 된다. 12홈런을 추가하면 통산 315홈런으로 박경완의 포수 역대 최다 홈런(314홈런)을 넘어서게 된다.

독하기로 유명했던 삼성의 강도 높은 훈련을 강민호도 소화했다. '나이가 들면 자연스레 사라져야 한다'는 고정관념 탈피를 위한 자신과의 싸움이다.

"어느 정도 나이가 되면 당연히 은퇴해야 한다는 이런 이런 야구계의 문화를 바꾸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요. SSG 신수 형이나 강민이 형, KIA 형우 형, 우리 팀 승환이 형을 보면 늘 야구를 오래해 달라고 부탁해요. 제가 후배들한테 보일 수 있는 건 기술적인 면보다 '건강하면 야구를 오래 할 수 있다' 그런 메시지인 것 같아요. 그래서 형우 형 같은 분들 만날 때마다 '은퇴할 생각하지 말라고, 우리가 오래해 줘야 밑에 후배들이 오래할 수 있으니까 우리가 좀 더 열심히 합시다'라고 이야기 해요."

건강한 모습의 최고참 야수. 궁극적으로는 후배들의 희망이다.

이를 위해 강민호는 오늘도 까마득한 나이 차이 나는 후배들과 어우러져 구슬땀을 흘린다.


오키나와(일본)=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