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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쟤들 왜저래?' 선넘은 日언론 도발은 우월감 탓? 떨치고픈 '공포' 때문은 아닐까[SC시선]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23-03-08 00:43 | 최종수정 2023-03-08 06:44


'쟤들 왜저래?' 선넘은 日언론 도발은 우월감 탓? 떨치고픈 '공포' 때…
◇스포츠조선DB

[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마치 작정이라도 한걸까.

일본 현지 언론들의 '이강철호 신경 긁기'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오릭스 버펄로스전을 마친 뒤엔 이강철 감독과 선수들을 향해 '오늘 오릭스는 2군 멤버였는데 졌다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라고 도발을 하더니, 한신 타이거즈전이 끝나고선 '한국엔 인조잔디 구장이 없는 걸로 아는데 (도쿄돔에선) 어떻게 대응할건가', '어제 (한신을 상대로 나온) 오타니 쇼헤이의 홈런을 어떻게 봤나', '고영표를 기용하지 않은 건 일본을 의식한건가', '일본전에서 오타니를 막지 않으면 이길 수 없다. 대책이 있나' 등의 질문을 쏟아냈다.

실제 현지에 전해지는 기사 내용은 좀 더 자극적이다. 도쿄스포츠는 7일 '한국의 성인(聖人) 오타니, 가치 급락'이라는 제목의 기사에 '일본을 방문한 한국 취재진도 오타니를 향해 뜨거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덩치 큰 선수를 오타니라 부르고 착각하며 쫓아갈 정도'라며 '반일 분위기가 감도는 이 나라(한국)에선 사무라이 재팬(일본 대표팀) 선수들을 적시하는 경향이 강하지만, 오타니만은 성인 취급하고 있다'고 적었다. 또 한국 언론 관계자 발언을 인용했다며 '오타니가 전세기를 타고 일본에 도착한 뒤 주일 미국 대사관을 찾은 것을 두고 한국 내에선 왜 오타니가 주일 한국 대사관을 찾지 않았느냐는 불평이 나왔다고 한다. 한국에 우호적인 오타니이기 때문에 (한국 대사관을 찾지 않은 것에) 유감스럽다는 반응이다. 그 이유는 전혀 모르겠지만…'이라는 소설 같은 내용까지 적어놓고 있다. 일본 최대 포털사이트 야후에 게재된 이 기사엔 27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흔치 않은 국제 대회, 숙명의 한-일전이기에 이들이 불타오르는 것도 이해할 만하다. 그런데 연일 이어지는 반응은 과도하고 당황스러울 정도다.

이번 대회에 나선 일본 대표팀은 '역대 최강 전력'이란 수식어를 달고 다닌다. 오타니 뿐만 아니라 빅리그에서 활약 중인 다르빗슈 유(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요시다 마사타카(보스턴 레드삭스), 라스 눗바(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가 합류했고, 무라카미 무네타카(야쿠르트 스왈로스), 야마모토 요시노부(오릭스), 사사키 로키(지바 롯데 마린스) 등 일본 프로야구(NPB) 최고의 선수들이 망라됐다. 공수에 걸쳐 탄탄한 전력을 갖춰 이번 대회 우승후보로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이강철호에 분명 앞선 전력을 갖추고 있다.

때문에 한-일전을 앞둔 일본 내 전반적인 분위기는 '압도적 우위'라는 자신감이 어렵지 않게 읽힌다. 우승후보로까지 꼽히는 뛰어난 전력을 갖췄음에도 '한 수 아래'인 한국을 계속 자극하는 이유는 도대체 뭘까.

일본에게 'WBC에서의 한국'은 껄끄러운 기억이 대단히 많았다.

일본은 WBC 초대 챔피언에 오른 2006년 대회 1~2라운드에서 잇달아 한국에 패했다. 2라운드 패배 뒤엔 탈락 위기까지 몰렸다가 멕시코-미국 동반 탈락으로 기사회생했다. 준결승에서 한국을 이기고 우승까지 거머쥐었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을 만했다. 스즈키 이치로 및 NPB 최고의 선수를 내세우고도 한국에 두 번이나 덜미를 잡힌 건 일본에게 '충격'이라 할 만했다.


2009년 대회도 마찬가지. 안방 도쿄돔에서 첫 맞대결을 14대2, 7회 콜드승으로 장식했다. 그러나 1라운드 최종전에서 한국에 영봉패(0대1)를 당했다. 준결승 진출이 걸린 2라운드 첫 맞대결에서도 1대4 패배를 당한 일본은 1, 2위 결정전에서 승리하며 체면치레를 했지만, 결승전에서 한국에 9회말 동점을 내주고 끝내기 패배 위기까지 몰렸다.

일본 네티즌들 사이에선 앞선 두 대회에서 한국이 승리를 거둔 뒤 마운드에 태극기를 꽂았던 장면을 회자하는 글을 자주 볼 수 있다. 비단 네티즌 뿐만 아니라 일본 야구계에서도 한-일전 때마다 WBC에서의 기억이 소환돼 왔다. 이런 기억들이 이강철호를 향한 경계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분위기다.

역대 최강 사무라이 재팬, 이강철호에겐 높은 벽임에 틀림 없다. 하지만 지난 두 대회에서 한국 야구는 일본이라는 벽을 넘어왔다. 다가올 한-일전, 일본야구의 심장 도쿄돔에 또 한 번의 악몽을 선사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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