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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악몽같은 순간, 평정심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았다.
숀 앤더슨과 아도니스 메디나. '어게인 2017'을 꿈꾸는 KIA의 숙원을 풀어줄 두 투수.
그들 역시 같은 시간, 공포의 LA 비행 악몽을 겪었다.
하지만 느낌은 사뭇 달랐다. 물론 반응도 달랐다. 먼저 앤더슨의 소감.
" 날씨가 정말 안 좋았어요. 기장의 코멘트가 계속 흘러나왔죠. 영어를 듣는 동료 선수(당시 아메리칸에어라인)들이 제게 '우리 정말 괜찮은거야?'라고 끊임 없이 묻더라고요. 우선 '괜찮으니까 그냥 편하게 있어'라고 안심을 시켰죠. 선수들을 제대로 깨운 순간이었습니다. 그 충격 덕분에 올해 모두 잘하지 않을까요.(웃음)"
충격요법 정도로 가볍게 넘기는 위트 넘치는 대답.
하지만 메디나의 반응은 사뭇 달랐다. 국내 선수들과 흡사한 반응이 돌아온다.
"다시 태어난 느낌입니다. 죽는 줄 알았어요. 다시 태어났으니 최고의 실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겁니다.(웃음)"
앤더슨과 메디나는 1일 일본 오키나와 온나손 아카마볼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청백전에 나란히 등판해 각각 2이닝씩 소화했다. 공식경기 첫 출격. 기대 이상이었다.
앤더슨은 선발 2이닝 동안 최고 시속 153㎞의 빠른 공을 앞세워 6타자 중 절반인 3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퍼펙투를 선보였다. 앤더슨에 이어 등판한 메디나는 2이닝 동안 3안타 1탈삼진을 기록했다. 얼핏 보면 앤더슨보다 못한 기록이지만 직구와 변화구 밸런스, KBO리그 적응 가능성에서는 앤더슨 못지 않은 포스였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