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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부진했다" 회한의 태극마크…국민거포, WBC '배수의 진' 쳤다[투산 인터뷰]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23-02-22 07:09 | 최종수정 2023-02-22 17:23


"나는 부진했다" 회한의 태극마크…국민거포, WBC '배수의 진' 쳤다[…
20일(한국시간) WBC 대표팀이 미국 애리조나 투손 키노 베테랑 메모리얼 스타디움에서 KIA 타이거즈와 연습경기를 했다. 박병호가 타격하고 있다. 애리조나(미국)=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3.2.19/

[투산(미국 애리조나주)=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내 국제 대회 성적이 좋지 않았던 건 사실이다. 그래서 많은 비난을 듣기도 했다. 나 역시 후회가 남았다."

한국야구 홈런 타자 계보를 이었지만, 태극마크 앞에선 유독 작아졌던 그 사나이, '국민거포' 박병호(37·KT 위즈)는 지난 기억을 담담하게 돌아봤다.

LG 트윈스에서 데뷔한 박병호는 히어로즈(넥센)에서 홈런 타자로 각성한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2013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표팀에 선발이 점쳐졌지만, 국제 대회 경험 부족이 발목을 잡았다. 인천아시안게임 주장을 맡은 박병호는 큰 기대를 모았고, 이 대회서 타율 3할1푼6리, 2홈런 5타점 9득점으로 제 몫을 했다. 그러나 대만과의 결승전에서 부진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2015 프리미어12에서 타율 2할7리에 그친 박병호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타율 3할7푼5리, 4홈런 7타점 7득점, OPS(출루율+장타율) 1.339로 선동열호의 금메달에 힘을 보태며 반등하는 듯 했다. 하지만 2019 프리미어12에서 타율 1할7푼9리, 0홈런, 장타율 0.179라는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표를 받았다. 손목 부상 여파를 안고 출전했지만, 그의 이름값에 기대를 걸었던 많은 이들의 실망은 비난의 화살로 돌아왔다.

2023 WBC. 30대 후반에 접어든 나이, 향후 24세 이하 선수 위주로 구성될 항저우아시안게임, APBC 대표팀 등을 고려할 때 이번이 사실상 마지막 국가대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에이징 커브' 우려를 딛고 KT에서 화려하게 부활한 그의 방망이가 마지막으로 타오를 지 관심이 크다.

미국 애리조나주 투산에 소집된 WBC 대표팀에 합류한 박병호는 "그동안 발목이 이슈였는데, (WBC에선) 큰 문제가 될 것 같지 않다. 지금 다 정상적으로 훈련하고 있다. 수비, 타격에서 느낌을 봤을 때 전혀 문제 없다"고 몸 상태를 밝혔다. 이어 "대표팀 선발 시점부터 완벽한 1루 수비를 위해 준비했다. 연습경기를 통해 (수비를) 체크하겠지만, 부담감은 없다. 몸 상태만 괜찮다면 수비는 문제 없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또 "콘택트가 좋은 타자가 있는 반면, 나는 콘택트가 약한 대신 파워를 믿는 편"이라며 "어떤 타석이든 좋은 결과를 내는 데 집중하고 싶다"고 했다.

이번 대회는 연장전에 접어들면 무사 2루 상황에서 공격을 시작하는 승부치기 룰이 적용된다. WBC 대표팀 이강철 감독은 중심 타자들도 번트를 댈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질 수 있다며 대비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 박병호는 승부치기 상황에서의 번트 가능성에 대해 "(번트를) 대라고 해도 못 댈 것 같다. (벤치에서 번트를 잘 대는) 대타를 쓰시지 않겠나"고 웃은 뒤 "사실 LG 시절 이후 번트를 많이 안 대봤다. 내가 번트로 주자를 3루로 보내는 것보다 쳐서 보내는 게 확률적으로 높을 것 같다. 대신 그런 상황이라면 가을야구 하는 마음처럼 좀 더 신중하게 치지 않을까"라고 답했다.

아쉽기만 했던 태극마크의 기억,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하고자 하는 열망이 크다. 박병호는 "내 국제 대회 성적이 좋지 않았던 건 사실이다. 그래서 많은 비난을 듣기도 했다. 나 역시 후회가 남았다"며 "부담보단 책임감을 갖고자 한다. 그래서 이번엔 함께 하는 동료들과 더 똘똘 뭉치고, 상대도 잘 분석해서 (좋은 결과를 남기고) 후회 없이 귀국하는 게 목표"라고 힘주어 말했다.


투산(미국 애리조나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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