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우즈, 호세 그리고 'KBO를 수놓은 강렬했던 3년' 테임즈 퇴장하다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23-02-16 16:31 | 최종수정 2023-02-16 17:05


우즈, 호세 그리고 'KBO를 수놓은 강렬했던 3년' 테임즈 퇴장하다
에릭 테임즈가 2015년 10월 2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SK전에서 3회 2루 도루에 성공, KBO리그 최초로 40-40을 달성한 뒤 베이스를 뽑아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KBO리그, 미국 메이저리그, 일본 프로야구(NPB)를 모두 경험한 에릭 테임즈(37)가 파란만장한 14년의 선수 생활을 공식 마감했다.

테임즈는 16일(한국시각) 자신의 SNS에 "마침내 그날이 왔다. 14년 동안 야구를 내 천직이라고 부를 정도로 많은 축복을 받았다. 나의 헤어 스타일과 수염, 구레나룻까지 좋아해줘서 감사하다. 여러분을 즐겁게 해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밝혔다. 은퇴 선언이다.

그는 특히 한글로 "은퇴 고민부터, NC와 계약까지. 이렇게 한 나라와 빠르게 사랑에 빠질 줄은 몰랐다. 확실히 KBO에서 경기하는 것이 얼마나 재미있을지 전혀 몰랐다. 여러분들이 응원할 모든 이유를 위해 정말 최선을 다해 훈련했다"면서 "저와 다이노스를 포용해 주셔서 감사하다. 어떤 팀을 응원하시든 여러분 모두를 사랑한다. 자주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고, 저를 보면 주저하지 말고 인사해 달라"며 한국 팬들에게도 작별 인사를 전했다.

2021년 NPB 요미우리 자이언츠에 입단해 다시 한 번 아시아 무대를 두드렸던 그는 데뷔전에서 다리 부상을 입으면서 선수 생활의 종지부를 암시했다. 지난해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고 빅리그 재입성을 노렸지만, 결국 기량 쇠퇴를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은퇴를 선택하게 됐다.

테임즈는 KBO리그가 배출한 성공적인 역수출의 대표적 사례다. 2008년 메이저리그 드래프트 7라운드에서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지명을 받고 프로 생활을 시작한 테임즈는 2011년 꿈에 그리던 빅리그에 데뷔했으나, 기대만큼의 성장세를 누리지 못하고 태평양을 건넜다.

NC 입단 첫 시즌인 2014년 그는 타율 0.343, 37홈런을 마크하며 그야말로 '포텐'을 터뜨렸다. 2015년에는 KBO리그 역사상 아무도 밟지 못한 40홈런-40도루를 달성, 그해 정규시즌 MVP에 올라 메이저리그의 관심을 다시 받기 시작했다. 계약 마지막 시즌인 2016년 타율 0.321, 40홈런, 121타점으로 기세를 이어간 테임즈는 그해 말 밀워키 브루어스의 3년 1600만달러 제안을 받고 메이저리그 재입성에 성공했다.

밀워키와의 계약 첫 시즌인 2017년 타율 0.247, 31홈런, 63타점, OPS 0.877을 기록했으니, 빅리거로서도 성공가도에 들어선 셈. 2018년 엄지 인대 부상으로 주춤했으나, 2019년 타율 0.247, 25홈런을 때리면서 재기에 성공했다. 하지만 그는 2020년 워싱턴 내셔널스에서 41경기를 끝으로 메이저리그로 다시는 돌아오지 못했다.

테임즈의 야구 인생을 몇 줄로 요약하기란 무리지만, 한국에서는 역대 최고의 타자였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는 3시즌 동안 타율 0.349, 124홈런, 382타점을 기록했다. KBO리그에서 1500타석 이상 들어선 타자 중 타율 1위가 바로 테임즈다. 2000타석 이상으로 좁히면 키움 히어로즈 이정후가 0.342로 1위지만, 테임즈가 한국에서 한 시즌 더 뛰었다면 순위가 바뀌었을 지도 모를 일이다.


무엇보다 144경기 체제에서 이룬 40-40은 영원히 나오기 힘든 값진 기록으로 평가받는다. 상대적으로 짧다면 짧은 3년간 뚜렷한 족적을 남긴 탁월한 타자였다.


우즈, 호세 그리고 'KBO를 수놓은 강렬했던 3년' 테임즈 퇴장하다
2001년 한국시리즈 MVP를 차지한 OB 베어스 타이론 우즈. 스포츠조선 DB
테임즈 이전 KBO리그를 주름잡은 외인 타자로 두 명을 꼽을 수 있다. 외국인 선수 제도 초창기 선수들로 타이론 우즈와 펠릭스 호세다. 우즈는 1998년 OB 베어스에 입단해 2002년까지 5년간 통산 174홈런을 터뜨렸다. 역대 외국인 최다 홈런 기록 보유자다. 첫 시즌에는 42홈런, 103타점을 날려 MVP에 올랐다. 당시 '우동수 트리오'의 일원으로 두산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2001년에는 한국시리즈 MVP에 오르며 팀 우승에도 크게 기여했다. KBO리그에서 정규시즌, 올스타전, 한국시리즈 MVP를 모두 해본 외인 선수는 우즈가 유일하다.

그는 일본으로 건너가 요코하마 베이스타스와 주니치 드래곤즈에서 6시즌 통산 240홈런에 3차례 홈런왕에 오르며 더욱 빛을 발했다.

호세도 빼놓을 수 없는 전설적인 외인 타자였다. 1999년 플레이오프 방망이 투척 사건, 2001년 배영수 얼굴 가격 사건 등 거친 이미지를 남기긴 했지만, 타석에서는 모든 투수가 두려워했다. 호세가 KBO리그에 남긴 대표적인 기록은 2001년 작성한 한 시즌 최고 출루율(0.503)이다. 호세는 그해 타율 0.335(367타수 123안타), 127볼넷, 36홈런, 102타점을 올렸는데, 안타보다 볼넷이 더 많았던 시즌이다. 투수들이 정면승부를 그렇게까지 꺼린 타자는 없었다.

호세는 롯데 자이언츠에서 3기간에 걸쳐 4시즌을 뛰었다. 타격 천재의 '풍운아적' 기질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우즈, 호세 그리고 'KBO를 수놓은 강렬했던 3년' 테임즈 퇴장하다
펠릭스 호세가 은퇴 후인 2013년 6월 26일 롯데의 초청으로 사직구장을 찾아 NC전서 시구를 하고 있다.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