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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거절했는데…" 목발 짚고 울었던 우승 캡틴, 한번 더!

나유리 기자

기사입력 2023-02-07 11:23 | 최종수정 2023-02-07 14:30


"처음엔 거절했는데…" 목발 짚고 울었던 우승 캡틴, 한번 더!
한국시리즈 우승 확정 후 목발을 짚고 기뻐하는 한유섬. 스포츠조선DB

[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처음에는 거절했는데, 사실상 강제로 다시 맡게 됐네요(웃음)."

SSG 랜더스 한유섬이 다시 한번 캡틴 완장을 찬다. SSG 김원형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한유섬에게 또 주장을 맡아줄 것을 부탁했다. 한유섬은 "사실 강제다. 통보를 받은 거"라고 웃으면서 "처음에는 저도 거절했다. 저 말고 다른 선수가 하는 게 더 낫지 않겠냐고 말씀드렸다. 그런데 감독님이 '이 정도면 잘 하지 않았냐'며 부탁을 하셔서 '그럼 알겠습니다. 제가 하겠습니다' 답하고 하게 됐다"고 말했다. 사실 어느 팀이나 마찬가지지만, 주장의 임무가 생갭다 막중하다. 선수단 주장은 자신의 야구만 신경쓸 수가 없다. 선수단 전체 분위기와 흐름까지 지켜보면서 독려해야 하는 역할이다. 간혹 예민한 선수들은 주장 자리를 극구 고사하기도 한다. 과하게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유섬은 "사실 주장이 돌이켜보면 그렇게 힘든 것은 없는 것 같은데, 그렇다고 마냥 편하지는 않다. 신경 쓸 부분이 아무래도 많지 않나. 또 제가 원체 신경이 곤두서있는 스타일이라서 그렇다"면서 "선수들도 신경써야하고, 감독님과 코치님들도 신경써야 하는 중간자 입장이라 그렇다"면서 "아무래도 잘 하려다 보니까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것 같다. 그래도 선수들, 동료들이 너무 많이 도와줘서 작년을 잘 마칠 수 있었다. 올해도 잘 부탁한다고 말하고 싶다"고 당부했다.

2018년 SK 와이번스 시절 한국시리즈 MVP를 수상하고 펑펑 울어 '울보'라는 별명이 생겼던 한유섬은 지난해 우승을 확정한 후 다시 한번 울었다. 물론 우여곡절이 있었다. 우승을 확정지은 한국시리즈 6차전 주루플레이 도중 햄스트링이 찢어지는 부상을 입은 그는 응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목발을 짚고 돌아와 동료들과 함께 우승 세리머니를 했다. "이번에는 우승을 해도 절대 울지 않겠다"던 다짐이 무색할만큼 또 울었다. 기쁨의 눈물이었다. 동료들의 '맥주 샤워'가 쏟아졌을 때도 "환자에게 다들 무슨 짓이냐"며 투덜거렸지만 표정은 전혀 싫지 않아 보였다.

다행히(?) 그 경기가 시즌의 마지막이었고, 이후 재활에 집중할 수 있었다. 한유섬은 "이제 회복은 다 됐다. 스프링캠프에서 컨디션을 끌어올리는게 제일 중요하다. 지금은 겨울이라 날씨가 춥다보니까 러닝을 100%로 못하고, 70~80% 정도만 했다. 이제 미국에서 강도를 올릴 생각"이라고 전했다.

주장으로 다시 한번 우승을 할 수 있다면, 아마 '울보'라는 별명도 창피하지 않다. 한유섬은 "당연히 우승 욕심은 난다. 우리가 투수든, 야수든 작년보다는 전력이 떨어졌다는 평가도 주위에서 많이 나오는데, 작년에도 우리가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할거라고 아무도 생각을 못했다.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안다"면서 "우리가 비 시즌에도 준비를 잘했고, 야구장에 정말 많은 선수들이 나와서 열심히 운동을 하더라. 제 개인 목표는 없고, 다치지 않는 단단한 몸을 만들어 오겠다"고 다짐했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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