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타이브레이크 팀, 약한 전력 아니다" FA도 새 외인도 없지만..주목받는 종신 삼성맨 듀오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22-12-14 14:32 | 최종수정 2022-12-14 14:33


2022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6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삼성 선발투수 백정현이 역투하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2.10.06/

[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평균수렴의 법칙이 있다.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선수들은 결국 제 자리를 찾아간다.

시즌 중에도 마찬가지고, 연도 별로 따져봐도 대체로 그렇다.

내년 전력을 구상할 때 계산에 넣어야 할 포인트다.

올해 평균치를 넘어 특별히 잘 했던 선수들은 오히려 위험 요소다.

최대치를 달성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 그만큼 어느 정도 빠진 수치를 예상하는 편이 안전하다. 잘했던 성적을 그대로 상수로 삼는 것은 어리석은 계산이 될 수 있다.

반면, 평소 잘하다가 올 시즌 유독 못했던 선수는 희망 요소다.

채울 수 있는 공간이 넓어 바닥을 찍고 반등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 조심스럽게 평균치로의 회복을 예상해볼 수 있다.

FA 시장 등 떠들썩 했던 스토브리그. FA와 외인 시장이 어느덧 마무리 단계다.


삼성 라이온즈의 겨울은 유독 조용하다.

FA 영입도 없고, 외인 교체도 없다. 오히려 FA 내야수 김상수와 오선진이 빠졌다. 젊은 투수 김윤수 이재희 박주혁, 내야수 이해승, 외야수 박승규는 상무 입대로 이탈했다.

하지만 삼성은 내부적으로 자신감이 넘친다. "불과 1년 전 페넌트레이스 공동 1위로 KT와 타이브레이크를 펼친 팀"이라며 "결코 약한 전력이 아니"라고 말한다.

믿는 구석이 있다. 지난 8월 이후 대행으로 취힘해 보여준 신임 박진만 감독의 용병술이다. 붙박이 주전을 장담할 수 없는 분위기를 조성해 무한 경쟁 체제를 이끌었다.

올 겨울도 일찌감치 외형적 보강 보다 내적 성장으로 방향성으로 정했다. 재개된 오키나와 마무리 캠프에서 지옥훈련을 통해 젊은 선수들의 성장을 꾀했다.

우승할 수도 있었던 지난 2021년과 8위로 추락했던 올 시즌 간 차이에는 투-타의 중심 백정현과 구자욱의 존재감이 있다.

내년 시즌 반등을 위해 절치부심 겨울나기를 하고 있다.

백정현은 지난해 리그 토종 최다승인 14승(5패, 평균자책점 2.63)을 거두며 좌완 에이스로 맹활약 했다. 시즌 종료 후 삼성과 4년 최대 38억원의 FA 계약으로 고향팀에서 원클럽맨으로 은퇴할 뜻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백정현은 올시즌 첫 단추를 잘못 꿰며 아쉬운 시즌을 보냈다. 시즌 초 연패에 빠지며 24경기 4승13패, 평균자책점 5.27에 그쳤다.

전반기 10패에 6.63으로 바닥을 찍었던 백정현은 올스타 브레이크 동안 "모든 구종을 싹 다 바꿨다"며 변화를 줬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후반기 10경기에서 4승3패 3.33의 평균자책점으로 반등을 시작했다. 특히 시즌 막판 9월 5경기에서는 4승1패 2.70의 평균자책점으로 '2021년 버전'으로 돌아왔다. 성실하고 준비성이 철저한 선수라 후반기 반등에 성공한 흐름이 내년 시즌으로 고스란히 이어질 공산이 크다.
2022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가 18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렸다. 삼성 구자욱. 대구=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2.09.18/
구자욱 역시 지난 2년 간 극과극의 시즌을 보냈다.

2021년은 구자욱에게 잊을 수 없는 한해였다. 3할6리의 타율과 22홈런 107득점, 88타점, 27도루로 호타준족의 먼모를 마음껏 과시했다. 데뷔 첫 20홈런-20도루 속에 데뷔 첫 골든글러브 수상의 감격을 안았다. FA를 1년 앞두고 5년 최대 120억원의 비FA 다년계약을 맺으며 종신 라이온즈 맨을 선언했다.

하지만 올시즌은 스스로 아쉬움이 컸다. 스트라이크존 변화 등과 함께 시즌 초 살짝 생긴 혼선이 전반기 동안 좋지 않은 흐름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그는 후반기 3할대 타율을 회복하며 반등의 시작을 알렸다.

시즌 후 회복도 휴식도 모두 반납했다. 오키나와 지옥훈련을 자청했다. "젊은 후배들과 똑같이 훈련하고 만에 하나 나태한 모습 보이면 당장 귀국시키셔도 좋다"며 박진만 감독을 설득했다. 진심이 통했다. 기술을 늘리는 것 보다 극한 훈련을 통해 자신의 한계와 마주하고 싶었다.

구자욱은 "부상도 없고 쉬워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며 "올 시즌 더 잘하고 싶다는 욕심을 냈던 것이 안 좋은 결과로 이어졌던 것 같다. 시간은 되돌릴 수 없기 때문에 지난 일은 잊고 내년 시즌에는 더 향상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삼성 투-타의 핵이자 2023년 시즌의 키를 쥐고 있는 백정현과 구자욱. 반등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궁금한 건 그 반등의 강도일 뿐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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