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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두 탔던' 홍원기 감독, 믿었던 도끼들이 다 발등을 찍었다 [김 용의 어젯밤이야기]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22-11-05 08:27 | 최종수정 2022-11-05 09:00


2022 KBO리그 한국시리즈 2차전 키움 히어로즈와 SSG 랜더스의 경기가 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다. 키움 홍원기 감독이 선수들을 바라보고 있다. 고척=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2.11.04/

[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믿는 도끼들이 다 발등을 찍는데 어찌 이기리오.

키움 히어로즈에는 너무나 아쉬운 한판이었다. 키움은 4일 열린 SSG 랜더스와의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2대8로 패했다. 최종 점수만 보면 완패같지만, 키움이 이길 수도 있었던 경기였다. 8회까지 1-0으로 앞섰다. 8회 1사 후 최 정이 땅볼을 칠 때만 해도 승운이 키움에게 가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후 악몽같은 장면들이 키움과 홍원기 감독을 기다리고 있었다.

8회 유격수 김휘집의 실책이 결정타였다. 김휘집이 최 정의 평범한 땅볼만 처리했다면, 투수가 최원태에서 김동혁으로 바뀌지도 않았을 거고 라가레스의 치고자 하는 의욕도 덜했을 것이다. 키움이 유격수 문제는 이번 포스트시즌 내내 그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그런데 3차전 결정적 실책으로 김휘집의 부담감은 더 커지고 말았다. 남은 시리즈 터질 폭탄이 더 남아있다는 것이다.

라가레스의 결정적 역전 투런포가 나왔다. 사실 김동혁은 이번 포스트시즌 전까지만 해도 존재감이 크지 않은 신예였다. 하지만 홍 감독의 파격적 용병술로 승부처마다 나와 좋은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아직은 경험이 부족한 선수. 그리고 구위로 상대를 압도하는 선수가 아니다. 주무기 체인지업 하나로 승부를 보는데, 이 공이 실투로 몰리니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사실 김동혁의 잘못만으로 몰고가기도 힘들다. 포스트시즌 내내 잘해주고 있어 묻힌 부분이 있는데, 포수 이지영의 리드도 아쉬웠다. 이지영은 2S 유리한 카운트를 잡아놓고 마지막 승부구를 몸쪽으로 가져가는 경향을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보여줬다. 그렇게 몰린 공으로 안타를 내준 장면들이 있었는데, 그 때는 승부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지만 이번 라가레스 1구는 너무나 치명적이었다.

김혜성은 한국시리즈 홍 감독의 아킬레스건이 돼버렸다. 홍 감독은 1, 2차전 안타를 1개도 치지 못한 김혜성 4번 카드를 포기했다. 그런데 바뀐 타순이 5번이었다. 4번이나 5번이나 중책. 차라리 6~7번 정도로 쭉 내려줘 부담감을 덜어줬으면 어땠을까. 어차피 장타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이 경기 최고 승부처인 8회말 1사 3루 상황서 허망한 3루수 파울 플라이로 물러났다. 못친 게 문제가 아니라, 박종훈의 제구가 크게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3B1S 어정쩡한 타격을 한 자체가 뼈아팠다.

마무리 김재웅도 이제는 힘이 떨어져 보인다. 너무 많이 던졌다. 강속구 투수가 아니다. 제구, 로케이션이 생명인데 힘이 떨어지니 공이 몰리고, 안맞으려 힘든 피칭을 한다. SSG 마무리가 불안한 걸 감안하면, 9회초가 매우 중요한 이닝이었는데 김재웅이 무너지며 게임이 완전히 SSG쪽으로 넘어갔다.

홍 감독은 이번 포스트시즌 신들린 용병술로 '작두를 탔다'는 평가까지 받았다. 나오는 대타마다 결정적 홈런, 안타를 치고 좌-우 법칙을 무시한 투수 교체도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가장 중요했던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는 믿었던 도끼들이 모두 홍 감독의 발목을 찍었다.


선수들도 잘하고 싶었을 것이다. 일부러 못하는 선수는 없다. 홍 감독 역시 자신의 야구를 '쫄지 않고' 밀고 나갔다. 누구의 잘못이라기보다, 이제 힘싸움에서 점점 밀린다는 걸 의미한다. 없는 살림으로 그동안 잘 버틴 거다. 키움이 아무리 젊은 팀이라지만, 준플레이오프부터 큰 부담 속에 많은 경기를 치렀다. 이제 남은 건 정신력이다. 4차전마저 SSG에 넘겨주면, 시리즈가 5차전에 종료될 수 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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