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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믿는 도끼들이 다 발등을 찍는데 어찌 이기리오.
라가레스의 결정적 역전 투런포가 나왔다. 사실 김동혁은 이번 포스트시즌 전까지만 해도 존재감이 크지 않은 신예였다. 하지만 홍 감독의 파격적 용병술로 승부처마다 나와 좋은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아직은 경험이 부족한 선수. 그리고 구위로 상대를 압도하는 선수가 아니다. 주무기 체인지업 하나로 승부를 보는데, 이 공이 실투로 몰리니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사실 김동혁의 잘못만으로 몰고가기도 힘들다. 포스트시즌 내내 잘해주고 있어 묻힌 부분이 있는데, 포수 이지영의 리드도 아쉬웠다. 이지영은 2S 유리한 카운트를 잡아놓고 마지막 승부구를 몸쪽으로 가져가는 경향을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보여줬다. 그렇게 몰린 공으로 안타를 내준 장면들이 있었는데, 그 때는 승부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지만 이번 라가레스 1구는 너무나 치명적이었다.
마무리 김재웅도 이제는 힘이 떨어져 보인다. 너무 많이 던졌다. 강속구 투수가 아니다. 제구, 로케이션이 생명인데 힘이 떨어지니 공이 몰리고, 안맞으려 힘든 피칭을 한다. SSG 마무리가 불안한 걸 감안하면, 9회초가 매우 중요한 이닝이었는데 김재웅이 무너지며 게임이 완전히 SSG쪽으로 넘어갔다.
홍 감독은 이번 포스트시즌 신들린 용병술로 '작두를 탔다'는 평가까지 받았다. 나오는 대타마다 결정적 홈런, 안타를 치고 좌-우 법칙을 무시한 투수 교체도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가장 중요했던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는 믿었던 도끼들이 모두 홍 감독의 발목을 찍었다.
선수들도 잘하고 싶었을 것이다. 일부러 못하는 선수는 없다. 홍 감독 역시 자신의 야구를 '쫄지 않고' 밀고 나갔다. 누구의 잘못이라기보다, 이제 힘싸움에서 점점 밀린다는 걸 의미한다. 없는 살림으로 그동안 잘 버틴 거다. 키움이 아무리 젊은 팀이라지만, 준플레이오프부터 큰 부담 속에 많은 경기를 치렀다. 이제 남은 건 정신력이다. 4차전마저 SSG에 넘겨주면, 시리즈가 5차전에 종료될 수 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