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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쓸 수 있는 투수'가 되는 게 목표입니다."
프로의 벽은 높았다. 입단 첫해 퓨처스(2군)리그 2경기에 나서 승패 없이 1홀드를 기록할 때만 해도 모두가 희망가를 불렀다. 하지만 곧 찾아온 부상 탓에 더 이상 마운드에 서지 못했다. 와신상담한 이듬해 11경기에서 16⅓이닝을 던졌지만 결과는 승리 없이 3패, 평균자책점은 7.16에 달했다. 탈심진 14개를 잡았으나 볼넷이 20개에 달할 정도로 제구가 불안했다. 전형적인 '와일드씽' 유형의 투수였다.
2020시즌을 마친 뒤 이태규는 군 입대를 택했다. 상무가 아닌 현역병 입대. 투구 감각 등 야수에 비해 예민한 투수 포지션이지만, 가릴 처지가 아니었기에 도전을 택했다. 지난 5월 제대해 복귀한 이태규는 육성 선수 신분으로 KIA가 자체 운영 중인 육성 아카데미를 거쳐 퓨처스리그 막판 2경기에 나서 8타자를 상대로 2이닝 1안타1볼넷1탈삼진을 기록했다. 직구 최고 구속은 152㎞로 입단 초기보다 4~5㎞가 상승했다.
이태규는 "입단 후 캠프에 참가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 전역 후 아카데미에서 손승락 코치(현 퓨처스 감독)에게 배우고 훈련을 하다 시즌 막판 등판 기회를 얻었는데 이렇게 캠프에 참가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고 말했다.
이태규는 산악전 전문 특수부대인 제1산악여단에서 특임보병으로 군 복무를 마쳤다. 강한 체력을 요구하는 부대 특성상 입대 전까지만 해도 마른 체격이었던 그와는 어울리지 않을 듯한 보직. 이에 대해 이태규는 "공을 잡을 기회는 없었지만, 기초 체력 운동을 상당히 많이 할 수 있었고, 기구도 잘 갖춰져 있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고 군 시절을 돌아봤다.
전역 후 지낸 아카데미 생활은 이태규의 야구 인생에 전환점이 됐다. 이태규는 "그동안엔 공 하나하나에 힘을 써서 던지는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아카데미를 거친 뒤 힘을 쓰는 법을 알게 된 것 같다"며 "제구가 조금씩 잡혀가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면서 자신감이 생겼고, 편하게 공을 던질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처음 입단했을 때를 돌아보면 몸 관리 방법이나 프로 의식 같은 게 부족했다. 매번 중요한 타이밍에 다치기 일쑤였다"며 "(전역 후엔) 어떻게 해야 한다는 요령이 생기면서 좀 더 쉽고 편안하게 몸을 만들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육성 신분에서의 도전, 이태규의 마무리캠프 목표는 확신을 주는 선수가 되는 것이다. 그는 "커맨드를 잡아서 '경기가 되는 투수'라는 걸 보여드리고 싶다"며 "내년 미국 스프링캠프 일정에도 이름을 올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서귀포=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