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종신! 박세웅의 숨겨진 옵션 '유사시 계약 연장'…이대호 염원 닿았다 [부산초점]

김영록 기자

기사입력 2022-10-27 11:00 | 최종수정 2022-10-27 13:51


롯데 박세웅.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앞으로는 롯데(자이언츠)에서 잘하는 선수들이 다른 팀으로 가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부산의 심장' 이대호가 자신의 은퇴식에서 드러낸 속내다.

그는 롯데를 떠난 강민호(삼성 라이온즈) 손아섭(NC 다이노스) 등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며 "롯데에 뼈를 묻었어야하는 선수들이다. 보석을 잃은 거다. 두 선수 모두 롯데에 남았다면 내 다음(영구결번)이 됐을 선수들 아닌가"라며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롯데는 올겨울 대대적인 투자를 예고한 상황. 이대호의 은퇴식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겸 구단주가 직접 방문한데 이어 26일에는 토종 에이스 박세웅(27)의 비FA 다년계약이 발표됐다. 5년 90억원(연봉 70억, 옵션 20억). 손승락(4년 60억원)을 뛰어넘는 롯데 FA 역사상 투수 최고액이다. 타자를 포함해도 그보다 큰 총액을 받은 선수는 이대호 뿐이다.

박세웅은 스포츠조선에 "부산에서 오래오래 뛰고 싶다. 롯데 투수로서 모든 기록을 갖고 싶다"며 뜨거운 속내를 전했다.

이번 박세웅의 5년 비FA 계약은 말뿐이 아닌 진짜 '롯데 종신' 선언이다. 박세웅의 계약에는 금액 외에도 숨겨진 옵션이 있다. FA 투수로서의 역할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계약이 연장되는 옵션이다.


롯데 박세웅이 7회 투구를 마친 뒤 숨을 고르며 동료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고척=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2.08.12/
먼저 눈앞까지 다가온 병역의 의무가 있다. 박세웅은 5년 계약을 맺고 올해 상무 입대를 포기했다. 롯데가 과감한 투자를 하는 올해 가을야구 그 이상의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박세웅의 존재가 필수적이다.

박세웅은 1차 합격한 상무 대신 롯데에서 1시즌 더 뛰기로 했다. 남은 병역 특례는 아시안게임 금메달 뿐이다. 다행히 생일이 늦어(11월 30일) 아시안게임 참가는 가능하다. 다만 와일드카드로 뽑혀야하고, 팀당 3명의 인원 제한도 넘어야하고, 본 대회에서 금메달까지 따야한다. 그렇지 못하면 꼼짝없이 현역 입대다.


다만 롯데 구단과 박세웅 공히 '현역 입대'에 크게 부정적이지 않다. 타자들은 공을 쳐야하는 입장이라 실전 감각에 매우 민감하다. 반면 투수의 경우 본인의 성실성만 뒷받침된다면 기량을 유지하는데 큰 문제가 없다. 오히려 실전에서 멀어져 몸과 마음에 휴식을 갖고, 지쳐있는 팔과 어깨를 쉬게 해주는 효과도 있다. 때문에 팀내 입지가 탄탄한 미필 투수들은 상무보다 오히려 사회복무요원이나 현역을 오히려 선호하기도 한다.

박세웅이 만약 군대에 갈 경우 FA 계약은 어떻게 될까. 자동으로 유예된다. 1년 6개월의 군생활 뒤에도 박세웅이 충분히 자기 역할을 해줄 거란 기대가 있다.


롯데 박세웅.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군대 외에 큰 부상을 당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긴 시간 재활이 필요한 부상을 당했을 경우, FA 계약이 다음 시즌으로 유예되는 특별 옵션이 있다.

롯데는 과거 안치홍과의 2+2년 계약을 통해 KBO리그에 '비FA 다년계약'을 도입한 바 있다. 박세웅을 향한 롯데 구단의 신뢰와 존중, 그리고 롯데를 떠날 생각이 없는 박세웅의 마음이 서로 맞닿은 결과물이다.

매년 겨울이면 프랜차이즈 스타의 FA에 마음 졸이는 야구팬들이 많다. 하지만 롯데 팬들은 적어도 부산을 사랑하는 '안경에이스'가 다른 팀으로 갈 거란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롯데 지주의 강한 의지가 현실로 드러난 이상, 올겨울 더 큰 기대도 해볼만하다.


부산=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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