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구 최고 148㎞! 9년차 유격수의 간절함, 뒤늦게 '투수' 도전한 이유 "내가 원했다" [인터뷰]

김영록 기자

기사입력 2022-10-27 08:43 | 최종수정 2022-10-27 09:31


롯데 배성근. 스포츠조선DB

[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데뷔 이래 항상 '차세대 유격수'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녔다. 어느덧 그런 말이 속상한 나이가 됐다.

롯데 자이언츠 배성근은 올겨울부터 투수에 도전한다.

배성근은 26일 LG 트윈스와의 KBO 교육리그에 팀의 4번째 투수로 등판, 1이닝 동안 5타자를 상대로 12개의 공을 던져 1안타 1볼넷 1실점을 기록한 뒤 교체됐다.

2014년 2차 4라운드로 롯데에 입단한 이래 전천후 백업 내야수로 주목받았다. 유격수의 재능이 있고, 빠른 푸트워크와 강한 어깨를 두루 갖춰 2루와 3루도 가능했다.

군대를 다녀온 뒤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1군에 모습을 보였다. 2년간 딕슨 마차도의 뒤를 받치며 '차세대' 타이틀을 달았다. 비슷한 역할을 소화하던 신본기(KT 위즈)가 타 팀으로 이적하면서 배성근의 미래는 탄탄대로처럼 보였다.

한 끝이 부족했다. '마차도 이후'를 노린 올해 유격수 경쟁에서 '굴러온 돌' 이학주와 박승욱에게 밀려났다. 미래 가능성에 앞선 한태양과 김세민 등 신인 유격수들의 도전도 버거웠다.

배성근의 선택은 투수 전향이었다. 배성근은 지난해 허문회 전 감독 시절 2차례 마운드에 오른 바 있다. 당시 등판했던 여러 야수들 중 가장 안정된 투구폼을 선보였다. 결과도 2번 모두 1이닝 무실점의 호투. 그는 구단에 "투수를 해보고 싶다"는 뜻을 전달했다. 투수는 다다익선이다. 유격수가 부족한 팀 사정이 아쉽긴 하지만, 팀 입장에서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어깨는 좋다. 원래 공 던지는 것 자체에 항상 자신이 있었다. 내 장점을 살리고자 했다."


배성근.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9월 중순부터 본격적으로 몸 만들기에 돌입했다. 코치진과 논의 끝에 '이 정도면 실전에서도 던져볼만하다'는 판단이 섰다.

시즌 후 열린 KBO 교육리그가 투수로서의 데뷔 무대가 됐다. 지난 21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첫 등판, 1이닝 무실점으로 역투했다. 투구수는 10구. 최고 구속은 148㎞까지 나왔다.

교육리그의 특성상 시즌을 마친 선수들이 다소 지쳐있는데다, 날씨도 쌀쌀하다. 하지만 롯데 관계자는 "그날 던진 투수들 중 배성근이 가장 빠른 구속을 기록했다"고 귀띔했다.

이날 LG전이 두번째 등판이었다. 아직까진 직구만 던지고 있다. 배성근은 "변화구는 이것저것 연습중이다. 어떤 구종이 내 손에 맞는지, 감각을 테스트해보고 있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배성근은 키 1m83, 86㎏의 당당한 체격을 지녔다. 롯데 야수의 투수 전향 성공사례로는 정상급 선발투수로 성장한 나균안이 대표적이다. 나원탁 역시 1군을 오갈 수 있는 기량을 증명했다.

평생 해온 내야수의 길을 접고 제 2의 인생에 도전하는 배성근. 두려움이 없진 않지만, 한발한발 나아가고 있다.


부산=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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