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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야구란 종목은 참 묘하다.
초반은 키움 흐름이었다. 6-0으로 앞섰다. 하지만 LG가 5회 6-7 턱밑까지 추격했다.
1차전 승리팀. 2만3750석 잠실구장을 가득 메운 홈 팬들의 압도적 응원을 등에 업은 리그 최강 불펜 보유팀.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5회까지 어지럽던 전광판 스코어보드. 6회부터 8개의 0이 그려졌다.
양 팀 불펜진은 마치 배틀하듯 경기를 지배했다. 결국 경기는 1점 리드를 잡고 있던 키움의 7대6 승리로 끝났다.
다 따라 잡았던 LG로선 땅을 칠 노릇이었다.
추격조는 물론, 정우영 이정용 고우석 등 필승조까지 모두 투입하고 졌기 때문이다. LG는 27일 고척 3차전에 리그 최고 투수 안우진을 상대해야 한다.
최선을 다한 결과. 도리가 없었다.
6회부터는 '바빕(BABIP)신'이 지배하는 타격의 영역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5회까지는 벤치와 선수들이 힘을 합쳐 빌드업을 잘했다. 일찌감치 포기할 수 있었던 경기를 LG야구의 저력을 보여주며 홈팬들을 열광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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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로 뒤지던 LG는 김현수의 적시타와 오지환의 희생플라이, 유강남의 밀어내기 볼넷으로 3점을 내 2점 차까지 따라붙었다. 계속된 1사 만루에 우타자 김민성 타석.
오지환 문보경 홍창기 좌타자 3명을 지나 유강남에게 밀어내기를 내준 잠수함 양 현을 키움 벤치는 내리지 않았다. LG의 대타 작전을 예상했다. 투수교체를 기다리던 LG가 결국 먼저 움직였다. 좌타자 문성주를 대타로 냈다. LG 류지현 감독은 대기타석까지 나와 교체되는 고참 김민성을 다독였다.
그제서야 키움이 움직였다. 양 현을 내리고 좌완 이영준을 올렸다.
LG 벤치에서는 이미 우타 거포 이재원이 몸을 풀고 있었다. 문성주를 곧바로 이재원으로 교체했다. 키움 배터리는 변화구에 약한 이재원에게 빠른 공 2개(141㎞ 직구, 142㎞ 투심)를 잇달아 던지다 우익수 희생플라이를 허용했다. 6-7, 1점 차로 따라붙는 순간이었다.
데뷔 후 첫 가을야구 첫 타석. 떨리는 순간 변화구에 약한, 최악의 경우 병살 위험도 있는 거포를 왜 썼을까.
의아했지만 류지현 감독의 예상과 갱대로 이뤄진 치밀한 '그림'이었다.
류 감독은 경기 후 "대타를 두번 낸 건 승부처라고 봤기 때문"이라며 "흐름이 우리 쪽으로 잘 연결되면 역전도 가능하다는 판단이었다"고 했다. 이어 "문성주를 내면 투수를 왼손으로 교체할 거라 생각해 이재원을 준비시켰다. 주자 3명이 꽉 차 있는 만루상황이었기에 상대가 부담을 가질 거란 계산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밀어내기 실점 직후의 상대 배터리가 떨어지는 변화구 승부를 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 점을 파고들어 빠른공에 강점이 있고, 충분한 외야 비거리를 낼 수 있는 이재원을 내세웠다. 최소 희생플라이부터 장타까지 염두에 둔 적절한 교체 판단이었다.
아쉬운 패배 속에 묻혔지만 많은 사람들의 예상대로 LG가 경기 후반 역전에 성공했다면 '신의 한수'가 됐을 장면이었다. 예상을 깨고 더 이상 점수가 나지 않는 건 '인간'의 영역이 아닌 '신'의 영역이었을 뿐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