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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성부터 소토까지', 8년만에 꽃피운 '상남자' 단장의 야구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22-10-17 16:43 | 최종수정 2022-10-17 16:55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AJ 프렐러 단장이 지난 3일(한국시각)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한 직후 선수들로부터 샴페인 세례를 받고 있다. USATODAY연합뉴스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김하성이 입단 2년 만에 주전을 꿰차리라고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다.

샌디에이고가 2년 전 김하성을 영입한 건 내야진 백업 보강 차원이었다. 그런데 계약 조건이 4년 2800만달러, 5년째 상호 옵션까지 포함하면 3900만달러로 예상 밖의 대박이었다. 여기에 원소속 구단 히어로즈에 지불한 552만5000달러의 이적료까지 포함하면 샌디에이고가 메이저 경험이 없는 백업 내야수에 통큰 투자를 했다는 평가가 나올 만했다.

작년 첫 시즌은 적응의 시간이었다. 그러나 김하성은 올해 팀내에서 없어서는 안될 존재로 성장했다. 150경기에 출전해 타율 0.251(517타수 130안타), 11홈런, 59타점, 58득점, 12도루, OPS 0.708, WAR 4.9를 올렸다. 팀내 도루 1위, WAR 2위, OPS 4위, 안타 4위 등 주전으로 손색없는 수치를 나타냈다. 코리안 빅리거 타자 가운데 규정타석을 채운 건 추신수를 제외하면 김하성이 유일하다. 무엇보다 '유격수' 김하성의 가치가 돋보인다.

운이 작용한 측면도 있다.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가 시즌을 앞두고 손목 부상을 당한데다 지난 여름 PED 위반 출전 정지로 한 경기도 뛰지 못하면서 김하성에게 천금같은 기회가 주어졌다. 물론 그가 주전으로 자리매김한 건 노력과 실력 덕분이지, 마냥 기회를 준 벤치의 배려가 아니었다.

입단 때부터 김하성의 잠재력을 높이 샀던 이가 바로 AJ 프렐러 샌디에이고 단장이다. 작년 시즌 개막 엔트리에 김하성의 포함 여부를 놓고 대부분의 관계자들이 "KBO에서 90마일 이상의 공을 거의 친 적이 없는 내야수"라며 반대할 때 프렐러 단장은 절대적 신뢰를 보냈다. 김하성의 마이너리그 거부권은 2023년부터 적용하도록 돼 있었다.

요즘 이런 프렐러 단장을 재평가하는 현지 언론들이 늘어나고 있다. 디비전시리즈에서 '거함' LA 다저스를 격침시킨 샌디에이고를 지금의 위치로 올려놓은 주인공이 결국 프렐러 단장이라는 것이다. 프렐러 단장의 직감과 공격적인 행보가 샌디에이고 이적 8년 만에 조명받고 있는 것이다.


샌디에이고 마무리 조시 헤이더와 3루수 매니 마차도가 지난 16일(한국시각) 디비전시리즈 4차전에서 LA 다저스를 물리치고 리그챔피언십시리즈 진출이 확정되자 얼싸안고 기뻐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샌디에이고는 지난 8월 3일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후안 소토와 조시 벨을 영입했고, 밀워키 브루어스의 특급 마무리 조시 헤이더를 데려왔다. 10여명에 이르는 유망주와 빅리그급 선수들을 내줘야 했다. 하지만 소토는 좀처럼 새 팀에 적응하지 못했고, 헤이더는 제구력을 잃고 연일 난타를 당하고 승리를 날려버렸다. 그 몇 주 후 복귀를 준비하던 타티스의 징계가 나왔다. 샌디에이고의 최대 위기였다.

하지만 소토와 헤이더는 포스트시즌 들어 페이스를 회복하는 모습이다. 특히 헤이더는 포스트시즌 4경기에서 4⅓이닝을 던져 단 한 점도 내주지 않고 3세이브를 기록 중이다.


이들 뿐만이 아니다. 포스트시즌서 맹활약하고 있는 투타 주역들 대부분이 프렐러 단장이 외부에서 영입한 선수들이다. 그도 그럴 것이 샌디에이고의 포스트시즌 엔트리 26명 중 20여명이 '외부 영입파들'이다. 선발 다르빗슈 유, 조 머스그로브, 블레이크 스넬을 비롯해 포수 오스틴 놀라, 내야수 김하성과 매니 마차도, 트렌트 그리샴, 쥬릭슨 프로파, 외야수 소토와 조시 벨 등 거의 모든 주전들이라고 보면 된다.

프렐러 단장은 '매드맨'으로 불린다. 목표를 정해놓으면 물불 안 가리고 덤벼드는 스타일 때문이다. 공격적이고 모험적이다. 2017년 트레이드 상대 팀에 선수 정보를 제대로 전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30경기 자격정지 징계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샌디에이고는 지난해 초 프렐러 단장에게 야구 부문 사장을 겸임케 하며 계약을 2026년까지 연장했다. 트레이드 등 전력 보강 능력을 인정한 것이다.

프렐러 단장은 37살이던 2014년 8월 텍사스 단장보좌역에서 샌디에이고 단장으로 자리를 옮긴 직후 가진 취임식에서 "선수들은 큰 무대에 올라야 한다. 큰 무대란 빅리그가 아니라 월드시리즈를 말한다"고 했다.

그는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 진출을 확정지은 직후 폭스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올해는 뭔가 도전해야 하는 시즌이다. 오늘 밤과 같은 순간이라면 정말 가치있는 결과다. 이런 결과가 바로 우리가 계획했던 것이고, 트레이드를 하는 이유"라며 기뻐했다. 샌디에이고가 NLCS에 오른 것은 1998년 이후 24년 만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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