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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최동원-2010년 류현진-2016년 양현종…레전드를 줄줄이 소환한 23세 안우진, 한국야구 에이스 교체 시그널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22-10-10 01:08 | 최종수정 2022-10-10 06:30


8일 잠실 두산전에 선발로 나서 역투하고 있는 안우진. 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

올 시즌 한국프로야구는 새로운 에이스를 수확했다. 10년 넘게 한국야구를 대표해 온 류현진(35) 김광현(34) 양현종(34), 30대 베테랑 투수들의 후계자가 안 나와 고민이 컸는데, 걱정을 내려놓아도 될 것 같다. 키움 히어로즈의 우완 안우진(23)이 유망주 꼬리표를 떼고 최고 투수로 도약했기 때문이다.

올 시즌 안우진만큼 꾸준하게, 안정적으로, 압도적인 공을 던진 투수는 없었다. '전설의 철완' 고 최동원을 38년 만에 뛰어넘고, '살아있는 레전드' 류현진(토론토) 양현종(KIA) 김광현(SSG)을 소환했다.

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전. 선발로 나선 안우진은 7회까지 탈삼진 8개, 무실점을 기록하고 마운드를 넘겼다. 팀의 페넌트레이스 최종전에서 무실점 호투로 평균자책점 1위 올랐다. 경기 전까지 탈삼진 216개를 잡아는데, 1984년 최동원의 223개를 넘어 국내 투수 한 시즌 최다 기록을 세웠다.

30경기에 등판해 15승8패, 평균자책점 2.11. 196이닝을 던지면서, 탈삼진 224개를 올리는 동안 피홈런이 4개뿐이다.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 중 가장 적다. 올해 오재일(삼성) 양석환(두산) 문상철(KT) 정진기(NC)가 안우진을 상대로 로또당첨같은 홈런을 때렸다.

평균자책점, 탈삼진, 투구 이닝 1위고, 다승 공동 2위에 올랐다. 마지막 날 김광현(2.13)을 제
7회말 2사 3루에서 안우진이 두산 김재환을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안우진이 이닝을 마친 후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
치고 평균자책점이 2위가 됐다. 한국프로야구 에이스 세대교체를 알리는 듯한 순위 교체다.

올해 KBO리그는 확실한 '투고타저' 시즌이었다.

안우진을 비롯해 김광현, 아담 플럿코(LG·2.39) 앨버트 수아레즈(삼성·2.49) 케이시 켈리(LG·2.54), 에릭 요키시(히어로즈·2.57) 윌머 폰트(SSG·2.69) 드류 루친스키(NC·2.97)까지, 8명이 2점대 평균자책점을 올렸다.

지난 몇 년 간 이 부문 기록은 보면, 올해 투수들이 얼마나 강세를 보였는지 알 수 있다. 2점대 평균자책점을 찍은 투수가 2020년과 2021년 각각 4명이었는데 올해 두 배로 증가했다. 2018년엔 조쉬 린드블럼(두산·2.88)이 유일한 2점대 투수였다. 지난 2017년에는 아예 해당 선수가 없었다. 이런 흐름에서 안우진은 단연 돋보였다.


최근 외국인 투수가 국내 투수를 눌렀다. 2018년부터 지난 해까지 4년 연속 외국인 선수가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가져갔다. 하지만 올해는 다른 분위기로 흘러갈 것 같다.

안우진은 2019년 양현종(2.29) 이후 3년 만에 국내 투수 평균자책점 1위에 올랐다. 2010년 류현진(한화·1.82) 이후 국내외 투수를 통틀어 최고 평균자책점이다. 12년 전 류현진이 이 부문
8일 두산을 상대로 역투하고 있는 안우진. 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
1위, 김광현(2.37)이 2위였다.

선발투수의 가치를 평가하는 주요 지표가 투구이닝이다. 안우진은 루친스키(193⅔)과 올해 '유이'하게 190이닝을 넘겼다. 국내 투수가 190이닝을 넘긴 게 2019년 김광현(190⅓이닝) 이후 3년 만이고, 2016년 양현종(200⅓이닝) 이후 최다 이닝을 책임졌다.

비교불가 수준의 압도적인 구위로 삼진을 쌓았다. 탈삼진 2위 루친스키(194개)보다 30개가 많다. 지난 해 아리엘 미란다(두산)의 KBO리그 단일 시즌 최다 기록(225개)에 1개차로 다가갔지만, 무리하지 않고 돌아섰다. 8일 경기에서 7회까지 88개의 공을 던지고 내려왔다.

올해를 포함해 최근 10년 동안 200탈살짐을 넘긴 건 안우진과 미란다, 댄 스트레일리(롯데)까지 3명뿐이다. 안우진은 국내 투수로는 2012년 류현진(210개) 이후 10년 만에 200탈삼진 이상을 잡았다.

이정후와 안우진, 투타 최고 선수를 보유한 히어로즈의 가을야구가 궁금하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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