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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와 글러브→맥주와 치킨" 울음터뜨린 부산의 심장 로그아웃…사직구장 눈물바다 [부산리포트]

김영록 기자

기사입력 2022-10-08 21:17 | 최종수정 2022-10-08 21:17


8일 부산사직야구장에서 KBO리그 롯데와 LG의 경기가 열렸다. 은퇴 경기를 갖는 이대호가 가족, 동료들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부산=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2.10.8/

[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이제 배트와 글러브 대신 맥주와 치킨을 들겠습니다. 여러분꼐서 조선의 4번타자로 불러주신 롯데의 이대호, 타석에서 관중석으로 이동합니다."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40)가 22년의 프로야구 선수생활에 작별을 고했다.

이대호는 8일 LG 트윈스와의 시즌 최종전이 끝난 뒤 가진 은퇴식과 고별사를 통해 팬들에게 인사했다.

이대호는 적시 2루타를 때리는가 하면, 8회초 투수로 깜짝 등판해 ⅓이닝 홀드를 올리는 등 '대타니'의 면모까지 과시했다. 선수 인생 마지막까지 팬들을 열광케 한 슈퍼스타다웠다.

경기 후 진행된 은퇴식. 신동빈 구단주가 직접 이대호의 은퇴를 축하하고 기념하기 위해 무대에 올랐다. KBO리그 역사상 최고의 타자, 롯데 그 자체인 선수를 위한 최대의 경의였다.


8일 부산사직야구장에서 KBO리그 롯데와 LG의 경기가 열렸다. 3회 안타를 치고 출루한 김현수가 이대호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부산=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2.10.8/
신 구단주는 이대호와 아내 신혜정씨에게 커플 영구결번 반지를 선물했고, 이대호도 직접 사용하던 사인 글러브로 화답했다. 추신수부터 배우 조진웅까지, 친구 동료 선배 후배 팬들이 전한 메시지도 이어졌다.

이윽고 무대에 오른 이대호는 눈물을 쏟느라 좀처럼 말을 꺼내지 못했다. 이윽고 입을 연 이대호는 "오늘이 제가 3살 때 돌아가신 아버지의 기일이다. 아버지의 기일에 은퇴식을 하다니, 감회가 새롭고 슬프다"는 속내를 전했다.

"더그아웃에서 보는 사직야구장 관중석만큼 멋진 광경은 없다. 사직야구장 타석에서 들리는 부산팬 함성만큼 든든하고 힘이 나는 소리도 없다. 그래서 저 이대호만큼 행복했던 사람은 세상에 아무도 없다."


이대호는 "눈을 감으면 내가 했던 실수들, 날려버린 기회들이 떠올라 잠을 설친다. 하지만 내 실수보다 한번의 홈런을 기억해주시고, 이번에는 꼭 해낼 거라고 믿어주신 여러분 덕분에 실수했던 기억을 모두 잊고 자신있게 배트를 휘둘렀다. 감사한 마음으로 뛰어왔다"며 감사를 표했다.


8일 부산사직야구장에서 KBO리그 롯데와 LG의 경기가 열렸다. 은퇴 경기를 갖는 이대호가 동료들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부산=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2.10.8/
이어 "그런 절대적인 믿음을 보내준 20년, 전 팬 여러분이 꿈꾸고 바랬던 우승을 결국 이뤄드리지 못했다"며 울음을 터뜨렸다. 좀처럼 말을 잇지 못하던 이대호는 "아쉽고 안타까운 순간, 돌아보면 팀의 중심에서 선수들을 이끌어야했던 제가 가장 부족했다. 후배들이 흔들릴 때 더 강하게 잡아주지 못했고, 흥분할 때 진정시켜주지못했고, 모두가 기대하는 순간에 해결해주지 못했다"며 거듭 울먹였다.

그는 "기회와 경험만 주어지면 더 뛰어난 활약을 할 수 있는 후배들이 많다. 변치않은 믿음, 응원 보내주시고, 남은 동료와 후배들이 팬과 한마음으로 절대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면 롯데 3번? 우승의 날은 머지않아 올거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또 롯데그룹과 관계자들에도 감사를 표하는 한편, "더 과감하게 지원해주시고, 특히 성장하는 후배 선수들이 팀을 떠나지 않고 성장할 수 있도록 잘 보살펴달라. 시간이 갈수록 더 강해지는 롯데 자이언츠로 만들어달라"는 의미있는 속내도 덧붙였다.

이대호는 고 최동원을 시작으로 박정태 조성환 선배, 우용득 양상문 강병철, 제리 로이스터, 조원우 허문회 등 역대 감독들, 친구 추신수와 이우민 최준석을 잇따라 언급했다.


8일 부산사직야구장에서 KBO리그 롯데와 LG의 경기가 열렸다. 롯데 신동빈 구단주가 경기를 관전하고 있다. 부산=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2.10.8/
"힘들게 땀흘리다 다른팀으로 간 내 동생 (강)민호, 악바리 (손)아섭이, 오늘까지도 함께한 내생애 마지막 캡틴 전준우, 이 순간에도 울면서 듣고 있을 정훈, 그 외 많은 동료 선후배들께 감사하고 고마웠다"는 말에는 관중석도 울컥하며 술렁였다.

이대호는 "남들처럼 여름방학에 해운대 한번 못 데려가는 못난 아빠를 위해 늘 웃는 얼굴로 힘내라고 해준 예서 예승이, 독박육아도 모자라 1년 절반도 함꼐하지 못하는 남편을 위해 희생해준 아내 혜정아 고맙다", "하늘에 계신 사랑하는 할머니, 늘 걱정하셨던 손자 대호가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사랑받으면서 떠나는 선수가 됐습니다. 오늘 제일 많이 생각나고 보고싶다"라며 가족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전 이제 배트와 글러브 대신 맥주와 치킨을 들고, 예서 예승이 데리고 야구장 오겠습니다. 롯데 선수였던 이대호는 내일부터는 롯데 팬 이대호가 되겠다. 여러분께서 조선의 4번타자로 불러주신 롯데의 이대호 타석에서 관중석으로 이동한다."

마지막으로 신동빈 회장을 향한 거듭된 감사 인사와 함께 고별사를 끝맺었다.


부산=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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