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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여기까지 온 것도 기적이다.
5-3으로 앞선 5회말. 박영현이 선두 김현수에게 2루타를 허용한 뒤 채은성과 5구째 승부를 펼쳤다. 3연속 밀어치는 파울로 볼카운트 1B2S. 갑자기 김태한 투수코치가 타임을 부른 뒤 공을 쥐고 마운드로 향했다. 채은성 타석이 채 끝나기 전 투수 교체. 강한 승부수였다.
벤치의 안목은 정확했다. 바뀐 투수 김 민은 137㎞ 떨어지는 슬라이더로 공 하나 만에 헛스윙 삼진을 이끌어냈다. 후속 오지환이 1루 직선타로 더블아웃이 되면서 순식간에 위기가 지워졌다. 2점 차 리드를 끝까지 지켜 승리할 수 있었던 승부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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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감독은 "채은성이 계속 의식적으로 진루타를 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LG에 1~2점 차 상황에서 약했기 때문에 실점을 하지 말아야 했다. (박)영현이 공으로 삼진은 어렵겠다는 판단이 들어 확실한 슬라이더 결정구가 있는 김 민을 투입했다"고 설명했다. "슬라이더가 그라운드로 떨어져 뒤로 빠지는 폭투가 될 뻔 했는데 (김)준태가 블로킹을 잘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타자와 상대중인 투수를 바꾸는 건 투수코치 시절부터 이강철 감독의 전매특허였다.
이 감독은 "KIA 시절에도 타자와 상대하는 중간에 마무리 윤석민으로 바꿔 삼진 처리했던 기억이 있다. 이번이 세번째였는데 모두 성공했다"며 "결과가 잘못됐다면 올드패션이라고 욕을 먹었겠지만 우리는 승리가 필요했다. 꼭 필요한 상황에서 벤치가 두고볼 수 만은 없지 않은가. 결국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 아닌가 싶다"고 설명했다.
이강철 감독의 판단은 옳았다. 설령 최악의 결과가 나왔더라도 야구는 확률이 높은 쪽으로 베팅을 하는 게임이다.
벤치의 이기려는 노력과 적극 개입이 시즌 끝까지 흥미로울 3위 싸움 구도를 만들었다. WBC 대표팀을 이끄는 현역 최고 명장이란 찬사가 무색하지 않은 장면이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