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선수에서 롤모델까지…미지명에게 전한 진심 조언 "드래프트가 전부는 아니다"

이종서 기자

기사입력 2022-09-15 19:29 | 최종수정 2022-09-16 05:29


2022 KBO리그 LG 트윈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가 9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6회말 2사 2루 키움 이지영이 1타점 적시타를 치고 있다. 고척=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2.09.09/

[부산=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다른 기회를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15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진행된 2023 신인드래프트. 1165명이 신청서를 제출했고, 1순위 김서현(서울고)부터 마지막 강 건(장안고)까지 총 110명이 프로의 지명을 받았다.

이날 키움 히어로즈의 지명을 받은 김건희(원주고)는 '롤모델' 질문에 이지영(키움)을 꼽았다.

김건희는 "나이도 많아 힘드실텐데도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그런 선수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이지영은 "키움에 뽑혀서 그런 거 아니냐"라며 "아마 오면 힘들 거다. 아직 한참 남았는데 나이 이야기를 하더라"라고 웃었다.

비록 농담이 섞였지만, 이지영은 KBO리그는 대표하는 포수 중 한 명이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투수와 안정적으로 호흡을 맞추면서 올해 키움의 3위 질주를 이끌고 있다. 2019년 시즌을 마치고는 FA 자격을 얻어 키움과 3년 총액 18억원에 계약했다. 그야말로 '육성선수 성공기'를 쓴 셈.

키움은 김건희를 비롯해 총 5명의 포수를 지명했다. 프로에서도 포수로 살아남을 지는 미지수지만, 경험이 풍부한 이지영은 신인들에게는 좋은 교과서다.

후배를 향한 조언에 대한 나오자 이지영은 "뽑힌 선수보다는 안 뽑힌 선수에게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고 운을 뗐다. 1165명 중 지명된 110명이 아닌 팀을 찾지 못한 1055명에게 시선을 돌린 것.

지금은 한 팀의 주전포수로 누군가의 롤모델이 됐지만, 이지영 역시 미지명의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제물포고-경성대를 졸업한 이지영은 2008년 육성선수로 프로 첫 발을 내디뎠다.


이지영은 "나도 지명을 받지 못했을 때 하늘이 무너지는 거 같았다"라며 "지명을 받지 못하고 일주일 정도 쉬었다. '지금까지 뭐했나'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막상 쉬다보면 야구 밖에 할 게 없더라. 당장은 힘들지라도 며칠 쉬고 마음 추스렸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자칫 내려놓을 수 있는 상황에서 도전 의지를 꺾지 않길 바란 것. 이지영은 "'내가 왜 야구를 했나' 이런 생각도 많이 하는데, 그것 또한 이겨내면 좋은 기회가 오더라. 그 기회를 이 드래프로 인해 놓치지 않고 더 열심히 했으면 한다. 신고 선수로도 성공한 선수가 많다. 이 드래프트가 전부가 아니다. 다른 기회로 더 좋은 빛을 발할 수 있다. 포기하지 않고 더 열심히 했으면 한다"고 당부의 메시지를 남겼다.
부산=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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