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시애틀 매리너스가 메이저리그 역사에 남을 계약을 체결했다.
우선 계약 내용을 보자. 로드리게스는 내년부터 2029년까지 7년간 사이닝보너스 1500만달러를 포함해 1억2000만달러를 받는다. 보장 금액이다. 시애틀은 2028년 시즌이 끝난 뒤 팀 옵션(club option) 시행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옵션 조건은 아메리칸리그 MVP 투표에서 몇 위를 하느냐다. 일종의 안전장치인데, MVP 득표 상황에 따른 금액을 복잡하게 설정해 놨다.
로드리게스가 올해부터 2029년까지 8년간 MVP 투표에서 한 표라도 얻지 못하면 시애틀은 8년(2030~2037년) 2억달러 옵션을 시행할 수 있다. 이게 최소 금액이다. 로드리게스가 2029년까지 2번 MVP에 오르거나 4번 톱5 득표를 할 경우 10년(2030~2039년) 3억5000만달러짜리 옵션을 선택할 수 있다. 그 중간에는 MVP 득표 순위에 따라 8년 2억4000만달러, 2억6000만달러, 2억8000만달러 옵션이 설정됐다. 즉 팀 옵션을 포함해 17년간 최대 4억7000만달러를 받게 되는 것이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대 몸값 LA 에인절스 마이크 트라웃의 12년 4억2650만달러를 훌쩍 넘어선다.
로드리게스는 2029년까지 MVP급 활약을 꾸준히 이어가야 옵션이 행사될 수 있다. 언뜻 보면 선수에게 엄격한 조건 같지만, 부상을 당해 못 뛰더라도 로드리게스는 선수 옵션을 통해 2034년까지 안전하게 2억1000만달러를 받는다.
시애틀은 왜 이런 위험한 계약을 하게 됐을까. 시애틀은 1990년~2000년대 켄 그리피 주니어, 알렉스 로드리게스, 스즈키 이치로 이후 프랜차이즈 스타플레이어를 배출하지 못했다. 프로야구는 선수 장사인데, 스타가 없으면 팬들은 야구장을 안 찾는다. 스타 육성에 실패한 시애틀은 2002년 이후 작년까지 20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오르지 못했다.
|
로드리게스는 공수주를 모두 갖춘 5툴 플레이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1998년 40-40을 달성했던 A로드 못지 않은 스타성을 갖고 있다는 게 구단의 판단이다.
제리 디포토 시애틀 단장은 "훌리오는 현존 메이저리거 가운데 가장 흥미로운 선수다. 그는 재능 가운데 일부만 보여줬을 뿐이다. 이런 계약은 전에 없었는데, 훌리오에게 득이 될 것이다. 앞으로 수년 동안 팬들은 T모바일파크에서 그가 뛰는 모습을 볼 특권을 누리게 될 것"이라고 했다.
로드리게스처럼 풀타임 한 시즌도 채우지 못한 선수에게 메가딜을 선사한 구단이 또 있다. 탬파베이 레이스는 지난해 말 유격수 완더 프랑코와 11년 1억8200만달러에 장기계약했다. 프랑코는 작년 6월에 데뷔해 70경기에서 타율 0.288, 7홈런, 39타점을 기록했다. 수비가 뛰어난 중장거리형 타자라는 게 입증됐다는 것이다.
앞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는 지난해 2월 유격수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와 14년 3억4000만달러의 메가딜을 단행했다. 풀타임 한 시즌을 겨우 넘긴 선수에게 세상이 놀랄 계약을 안겼다.
하지만 타티스와 프랑코는 현재 부상자 혹은 징계 명단에 올라 있다. 프랑코는 지난 5월 오른팔을 다쳐 빠지더니 지난 7월에는 오른 손목 통증으로 다시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지난 17일부터 마이너리그 재활 경기에 나선 그는 최근 오른손 통증을 호소하며 다시 훈련을 중단해 복귀 시점은 다시 미궁에 빠졌다.
프랑코는 그래도 낫다. 타티스는 금지 약물 혐의로 80경기 출전 금지 징계를 받아 내년 5월까지는 돌아올 수 없다. 앞서 지난 겨울 고향 도미니카공화국에서 오타바이 사고로 손목을 다쳐 재활 중이었다. 복귀를 앞두고 금지 약물 복용이 드러나 중징계를 받아 이미지까지 구긴 것이다.
장기계약에는 늘 위험이 따르기 마련이다. 부상과 변수를 감수하고 하는 게 초장기 계약이다. 시애틀은 타티스나 프랑코와 달리 로드리게스가 건강하고 건전하게 계약기간을 채우길 바라고 역사상 유례가 없는 계약을 단행했을 것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