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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팬들이 야구장을 찾지 않는다. 정확히 표현하면, 야구장을 찾는 팬들의 숫자가 줄었다. 10개 구단 체제 이후 처음으로 600만 관중을 돌파하지 못할 수도 있다.
3일 1-2위팀 싸움, 그것도 리그를 대표하는 투수 김광현과 안우진이 맞붙은 고척스카이돔에는 응원팀을 불문하고 많은 야구팬들의 관심이 쏠렸지만, 7573명의 관중이 야구장을 찾는데 그쳤다. KT 위즈와 NC 다이노스가 만난 창원에서는 4569명의 관중이 들어왔다. 평일(수요일)임을 감안해도 솔직히 적은 숫자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3일까지 KBO리그는 472경기에서 389만1191명의 관중을 모았다. 전체 720경기 중 반환점을 지난지 한참 됐지만, 기대치에는 못미치는 수치다. 경기당 평균 관중수는 8244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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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성은 '잠실팀'들을 살펴봐도 알 수 있다. LG 트윈스는 46경기에서 57만458명, 경기당 평균 1만2401명을 기록했고, 두산 베어스는 47경기에서 44만6224명, 경기당 평균 9494명을 기록했다. LG 역시 관중 2위를 달리고는 있으나 이전과 비교하면 크게 떨어진 수치. 두산은 하위권에 맴돌았던 팀 성적까지 맞물리면서 평균 1만명도 채우지 못하고 있다.
지방 구단들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롯데 자이언츠가 시즌 초반 호성적을 앞세워 경기당 평균 9117명(49경기 44만6747명)으로 '선방' 하고 있고, 그 뒤를 삼성 라이온즈(49경기 42만 6588명, 경기당 평균 8706명), KIA 타이거즈(46경기 39만6814명, 경기당 평균 8706명)가 잇고 있지만 이 구단들 모두 목표치보다는 낮은 수치다. 관중 하위권에는 KT 위즈(47경기 33만5312명, 경기당 평균 7134명), 한화 이글스(46경기 24만74명, 경기당 평균 5233명)가 자리했고, 키움 히어로즈(49경기 22만1314명, 경기당 평균 4517명)와 NC 다이노스(47경기 20만8536명, 경기당 평균 4437명)가 나란히 9위, 10위를 기록 중이다.
특히나 키움과 NC의 처참한 흥행 저조는 심각한 수준이다. 키움은 개막전 전력 약체라는 평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2위에 올라서며 1위를 위협하는 돌풍을 일으켰다. 그러나 관중들을 야구장으로 불러모으지 못하고 있다고 해석이 된다. 키움의 경우 서건창 박병호 등 최전성기 시절을 누렸던 주축 선수들이 모두 이탈하면서 충성팬들을 제외한 팬들의 관심도가 떨어졌다고 해석해볼 수 있다. 또 서울을 연고로 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고척스카이돔이 여가 시간을 보내기에 매력적이지 않다는 냉혹한 현실 역시 한 몫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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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운드에서는 오늘도, 내일도 치열한 순위 경쟁과 스타들의 자존심 대결이 펼쳐지고 있다. 그러나 어느 구단 가릴 것 없이 프런트 직원들은 현실을 직시하고 있다. 특히나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는 관계자들은 "관중이 너무 줄었다. 코로나19 여파도 있겠지만, 그 전이랑 비교하면 너무 큰 차이가 난다. 체감이 다르다"며 한숨을 쉰다. 허구연 KBO 총재도 취임 직후부터 이 부분에 깊이 공감하고 여러 대책을 찾고 있지만, 당장 현실이 되기는 역부족이다. 단기적 요소들로는 한계가 있다. 당장 프로야구선수협회를 중심으로 한 선수들부터 이 위기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더 적극적인 대책 마련을 보여줘야 한다.
이렇게 되면 코로나19로 관중 입장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한 2020~2021시즌을 제외하고, 10개 구단 체제에서 최하 관중수를 기록하게 될지도 모른다. 심지어 8개 구단 체제일 때도 거뜬하게 넘겼던 600만 관중 조차도 잔여 경기에서 달성 여부가 불확실 하다.
숫자에 집착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관중수는 곧 팬들의 관심이다. 팬들이 야구장을 찾지 않으면, 프로야구는 존재 가치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아무리 대단한 스타들이 뛰고 있다고 해도 '그들만의 리그'가 될 수밖에 없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