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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홈런 칠테니까, 준비하지 마."
그런데 농담이 현실이 됐다. 하주석은 KIA 마무리 투수 정해영의 2구째를 공략해 우측 담장을 넘기는 끝내기 홈런을 만들었다. 타구가 담장을 넘기는 것을 확인한 하주석은 1루측 더그아웃을 향해 손가락을 가리키며 포효했다.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쏘아 올린 만루포에 힘입어 한화는 올 시즌 KIA전에서 9연패 뒤 첫 승을 거뒀다. 하주석은 경기 후 "수비를 마치고 돌아온 뒤 (김)인환이와 (김)태연이에게 농담처럼 '홈런치고 올테니 준비하지 말라'고 했다. 타격 코치님께도 '뒷 타자 준비시킬 필요 없다'는 말을 했는데, 현실이 될줄 몰랐다"고 말했다.
하주석은 지난 6월 16일 대전 롯데전에서 삼진 뒤 배트를 집어던지는 과격 행동으로 퇴장 명령을 받았다.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는 과정에서도 헬멧을 투척했던 하주석은 KBO로부터 10경기 출전 정지 및 제재금 300만원, 유소년 야구 봉사활동 40시간 처분을 받았다. 징계를 마치고 퓨처스(2군)에서 컨디션을 재정비한 뒤 7월 3일 대전 NC전에서 콜업된 하주석은 관중석을 향해 헬멧을 벗고 90도 인사를 하면서 속죄의 마음을 드러냈다.
하주석은 "안 좋은 일을 저지른 뒤 많이 혼났다. 퓨처스에서 후배들과 훈련하면서 안 좋은 것을 버리고자 했다. 처음엔 내가 팀을 위해 뭔가 해야 한다는 생각에 후배들과 함께 훈련했는데, 나중엔 후배들이 먼저 야간 훈련을 제안해주기도 하는 등 뜻깊은 시간을 보냈다"며 "야구장에서 생각을 비우고 타석마다 결과에 연연하지 않으면서 스트레스가 많이 사라졌다. 사람이 생각하기에 따라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 많이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7월 4할 타율을 두고도 "기술적 변화보다 달라진 마음가짐이 더 좋은 결과를 만드는 것 같다"며 "야구장에서 동료, 후배 뿐만 아니라 어린 팬까지 나를 지켜보고 있는 이들이 많다고 생각하니 더 신중히 행동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했다.
최하위로 처진 팀의 주장 자리는 쉬운 게 아니다. 하주석은 "아직 치러야 할 경기가 남아 있고, 우리는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활약을 다짐했다.
대전=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