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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KIA 타이거즈가 새로 영입한 외국인 투수 토마스 파노니를 두고 시끌벅적 하다. 그가 과거에 미국에서 금지 약물 복용으로 인해 징계를 받았던 이력이 있기 때문이다.
파노니는 토론토 블루제이스 산하 트리플A 소속이던 2018년 3월 도핑테스트에서 데하이드로클로르메틸테스토스테론(이하 DHCMT)이 양성 반응을 보여 사무국으로부터 80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다.
DHCMT는 '튜리나볼'로도 불린다. 1960년대 동독에서 개발된 후 운동 선수들이 경기력 향상을 위해 복용하던 스테로이드성 약물이다. 1970~80년대 당시 동독은 정부 주도 하에 운동 선수들에게 도핑을 권장하는 끔찍한 일이 벌어졌었다. 그 대표적인 약물이 튜리나볼이다.
자세한 설명이 필요없을 만큼 스테로이드계에서는 유명한 약물이다. 메이저리그에서도 1년에 몇 차례씩 적발 사례가 나오곤 한다.
다만 워낙 역사가 오래된 대표적인 약물이다 보니 논란도 있다. 2015년 이후부터 지금까지 DHCMT가 적발된 메이저리그 선수들은 하나같이 "억울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미 너무 유명한 약물을 복용할 이유가 없다는 게 이유다. 2016년 적발됐던 한 메이저리거는 "50년이나 된 그런 약을 먹는다는 것은 멍청한 짓"이라고까지 표현하며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2020년 8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의 심층 보도에 따르면 "해당 선수들은 하나 같이 똑같은 이야기를 한다. 그들의 소변에 극소량의 DHCMT 성분이 들어 있었고, 선수들은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없었다. 그들은 절대 해당 약물을 복용한 적이 없고, 자신들의 경력과 명성이 부당하게 훼손됐다고 말한다"면서도 "일부 전문가들은 선수들이 진실을 말할 수도 있으며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할 정도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한다.
이는 MLB 사무국과 MLB 선수노조의 대립 구도로 번지기도 했다. MLB 사무국은 "DHCMT를 직접 복용하는 것 외에도, 몇몇 업체에서 만드는 선수들을 위한 보조제에도 DHCMT 성분이 일부 포함된 것으로 확인했다. 해당 보조제는 복용을 금지하길 바란다"는 성명 외에 다른 반응은 내놓지 않고 있다. 오히려 과거에는 적발하지 못했던 사례들까지 과학의 발달로 잡아내는 것이라는 의중이 깔려있다.
하지만 선수노조는 "무죄를 주장하는 선수들이 모두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미 많이 알려진 약물을 어리석게 복용할 가능성은 낮다. 적어도 MLB 사무국이 소변 샘플 속 검출된 DHCMT의 양에 가이드라인을 두는 시도는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선수들이 DHCMT 검출은 MLB사무국의 '정크 사이언스'라고 비판하기도 했지만, MLB 사무국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DHCMT의 복욕 목적은 '경기력 향상' 외에는 없는데, 선수들은 복용 사실 자체가 없다고 입을 맞추니 되려 의심하는 쪽이 이상해지는 상황까지 발생하는 셈이다. KIA가 영입한 파노니 역시 적발 당시 "억울하다"며 복용 사실 자체를 부정했다.
해당 약물에 대한 논란의 여지는 남아있지만, 그와 별개로 KIA 구단의 선택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KIA는 이미 과거에 뛰었던 헥터 노에시, 현재 뛰고 있는 소크라테스 브리토가 미국에서 약물 검출로 인해 징계를 받았던 이력이 있다. 징계 절차가 끝난 과거의 잘못을 과연 어디까지 재판하느냐는 각자의 기준이 다르지만, 비슷한 논란이 있었음에도 KIA 구단이 얼마나 경각심을 느꼈느냐는 다른 문제다. 프로스포츠 선수에게 약물은 영원히 뗄 수 없는 꼬리표이기 때문이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