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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외야에서 보니까 진짜 멋있더라고요."
이용규는 KIA 타이거즈 소속이었던 2010년 8월 29일 광주 무등구장에서 박승민(넥센)을 상대로 20개의 공을 던지게 하면서 역대 한 타자 최다 투구수 신기록을 세웠다. 2위인 19개도 이용규의 기록.
수비하는 타자로서는 투수 못지 않게 짜증이 날 수 있는 순간. 동시에 황성빈은 이용규의 집중력에 반하기도 했다.
황성빈 역시 자신을 향한 별명을 잘 알고 있다. 황성빈은 "이야기를 들어본 적 있다"라며 "근데 너무 과찬의 말"이라고 수줍게 웃었다.
황성빈은 올 시즌 롯데의 '히트 선수' 중 한 명이다. 올 시즌 38경기에 나온 그는 타율 2할9푼7리 6도루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달 22일 두산 베어스전 이후 꾸준히 출루하면서 출루 머신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리틀 이용규'라는 아깝지 않은 근성과 집중력. 그러나 황성빈은 "이용규 선배님을 따라가기 위해서는 기록적으로도 많이 필요하다. 나는 이제 100타석을 조금 넘게 소화한 정도"라며 "그냥 이용규 선배처럼 플레이하고 싶은 것이지 반드시 따라가겠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이야기했다.
황성빈은 28일 부산 두산 베어스전에서 이용규의 모습을 떠오르도록 한 장면을 만들었다. 0-0으로 맞선 1회말 무사 1루에서 첫 타석에 선 황성빈은 이영하와 10구까지 가는 승부를 펼쳤다. 2볼-2스트라이크에서 공 두 개를 커트한 뒤 볼을 골라내 풀카운트를 만들었고, 이후 두 개의 공을 추가로 파울로 만든 뒤 10구째 슬라이더를 받아쳐 결국 안타를 만들었다.
무사 1,3루 찬스를 잡은 롯데는 이대호가 뜬공으로 물러났지만, 전준우의 땅볼로 한 점을 내면서 1-0 리드를 잡았다.
황성빈은 이후 추가로 안타를 뽑아내지는 못했다. 롯데와 두산은 8회초 내린 비에 3대3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다.
비록 승리를 잡지 못했지만, 황성빈은 롤모델에 한 걸음 다가갈 수 있었던 경기였다.
부산=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