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통→감추기→일방통행…구단주님, 이게 롯데식 소통법입니까[부산 시선]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22-05-18 18:49 | 최종수정 2022-05-18 19:05


◇롯데 자이언츠 신동빈 구단주. 스포츠조선DB

[부산=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롯데 자이언츠(구단주 신동빈)의 마무리 투수 자리엔 여전히 물음표가 달려 있다.

지난해 마무리 투수로 활약했던 김원중이 부상으로 이탈한 뒤, 최준용이 빈 자리를 채웠다. 김원중이 이달 복귀하고 컨디션을 끌어 올리면 지난해처럼 최준용이 셋업맨, 김원중이 마무리로 뛰는 모습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됐다. 이미 9세이브를 올린 최준용이 마무리 입지를 굳힌 만큼, 두 선수가 역할을 바꾸거나 더블 스토퍼 체제로 운영될 수도 있다는 시각도 있었다.

서튼 감독은 최근 김원중-최준용의 활용법에 대해 "우리 팀엔 훌륭한 마무리 투수 두 명이 있다"는 답변만 되풀이하고 있다. 두 선수의 활용법, 마무리 운영법에 대한 물음에도 대답은 마찬가지다. 1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전을 앞두고도 "두 명의 클로저가 있다"는 말만 반복했다.

서튼 감독은 "두 선수는 경기를 끝내는 역할을 맡고 있다. 우리 팀엔 4명의 불펜 투수(필승조)가 경기를 끝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며 "우리 팀 경기를 보면 알겠지만, 불펜 투수는 상대 타자 매치업에 따라 기용 중"이라고 말했다. 또 "경기를 끝낼 수 있는 최준용, 김원중이라는 두 명의 투수가 있다"며 "당일 컨디션, 경기 상황, 상대 타자 매치업을 보고 가장 좋은 선수를 (마무리 시점에서) 마운드에 올린다"고 했다.

선발 투수 뒤에 이어지는 불펜의 필승조-셋업맨-마무리 구조는 롯데 뿐만 아니라 모든 팀이 활용하고 있다. 현대 야구 발전에 따른 불펜 역할 분업화의 산물이다. 팀 여건에 따라 전통적인 마무리 투수 1명 외에도 비슷한 구위를 가진 투수 두 명을 활용하는 더블스토퍼 체제 등 다양한 운영법이 있다. 이런 분업과 운영은 결국 코치진-선수 간의 보이지 않는 약속에 따라 이뤄진다. 하지만 집단 마무리, 더블 스토퍼는 결국 완벽한 마무리 투수가 없다는 전제 하에 이뤄지는 전략인만큼, 선수에겐 상처가 될 수도 있다. 서튼 감독은 이런 물음표에 같은 답을 반복할 뿐이다.

같은 물음과 답변이 몇 차례 반복된 뒤에야 서튼 감독은 마음의 문을 조금 더 열었다. 그는 "김원중이 복귀 후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아직 내가 원하는 수준의 이닝을 채우지 못했다. 처음 팀에 합류한 뒤 제구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며 "최준용이 현재까지 9세이브를 기록했다. 지금은 최준용이 마지막으로 나오는 투수다. 최준용의 투구가 불안한 날이면 김원중이 마무리로 나올 것"이라고 했다. 그는 "다른 팀은 마무리 투수가 1명이다. 1명이기 때문에 마무리 투수라고 부른다. 우린 불펜 뎁스가 두텁다. 때문에 경기를 끝낼 수 있는 투수가 두 명"이라고 강조했다. 전력 노출은 감독이라면 모두가 꺼리는 일. 하지만 서튼 감독이 밝힌 내용대로라면 오히려 롯데의 두터운 뎁스를 칭찬해야 할 일이다.

서튼 감독은 17일 KIA전에서 심판을 향한 어필 내용을 두고 "심판과 나눈 대화는 공개하지 않은 것이 내 철학"이라고 말했다. 판정의 의도를 파악하고 의견을 전달하는 수준보다는 길었던 어필, 상황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없다면 상상력이 발휘될 수밖에 없는 장면이었다. 하지만 서튼 감독은 "쓰고 싶은대로 쓰라"며 "야구를 존중하는 관점에서 본다면 심판과 감독 간의 대화는 모두 노출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이해와 존중을 부탁드린다"고 답했다.

불통과 감추기, 일방통행은 롯데에게 낯선 장면이 아니다. 서튼 감독의 전임이었던 허문회 감독 시절 롯데는 숱한 잡음이 뒤따랐다. 허 감독 취임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지시완 기용 문제 등으로 성민규 단장과의 대립이 표면화 됐다. 감추기에 급급했던 둘의 대립을 이석환 대표이사가 언론을 통해 인정하며 중재의 뜻을 드러냈으나, 역효과만 나타났다. 결국 허 감독과 성 단장의 일방통행은 지난해 시즌 개막 한 달 만에 허 감독의 경질로 막을 내린 바 있다.


서튼 감독의 모습을 보면 롯데의 모습은 달라진 게 없는 듯 하다. 어쩌면 이게 롯데식 소통법일지도 모른다.


부산=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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