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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억눌렸던 타자들의 반발이 시작됐다. 벙어리 냉가슴으로 꾹꾹 담아뒀던 스트라이크 존에 대한 불만과 스트레스가 하나둘 씩 폭발하고 있다.
잠실에서는 LG 간판타자 김현수가 두산전 3회초 초구 스트라이크 판정에 항의하다 퇴장을 당했다.
4번 좌익수로 선발 출전한 김현수는 1-3으로 뒤진 3회 무사 1루에 두번째 타석에 들어섰다. 두산 선발 미란다의 초구 123㎞가 몸쪽 높은 코스에 형성됐다. 타자는 볼이라고 판단했지만 주심은 스트라이크 콜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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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로 맞선 1사 2루. 볼카운트 2B2S에서 롯데 선발 스파크맨의 145㎞ 패스트볼이 가운데 낮은 코스를 통과했다. 루킹 삼진.
낮은 볼이라고 판단한 피렐라가 격분해 김성철 주심에게 소리를 지르며 항의를 했다. 퇴장 콜이 내려졌고, 피렐라는 한차례 더 소리를 친 뒤 강명구 코치의 만류 속에 씩씩 거리며 덕아웃으로 돌아섰다. 삼성 허삼영 감독이 달려나와 심판과 이야기를 나눴다.
KBO가 올시즌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스트라이크 존 정상화는 그동안 좁아졌던 S존의 확대를 의미한다. 이와 동시에 스트라이크 콜 판정은 어필 대상이 아니란 규정을 엄격히 적용해 판정에 항의하는 선수들에게 관용 없이 퇴장 조치 하고 있다.
시즌 초 당황스러운 상황을 겪고 있는 타자들로선 불만이 있어도 꾹꾹 참을 수 밖에 없었던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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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손아섭은 22일 수원 KT전 3-4 한점 뒤진 9회초 선두타자로 나와 풀카운트 승부 끝에 바깥쪽 높은 공에 삼진을 당하자 화를 참지 못했다.
볼넷이라 판단했던 손아섭은 펄쩍 펄쩍 뛰며 주심 대신 마스크를 쓰고 있던 장성우에게 "이게 스트라이크고? 스트라이크냐고?"라며 크게 소리 쳤다. 롯데 시절 한솥밥을 먹던 친한 선후배 사이. 퇴장을 피하기 위해 주심 대신 친한 상대 포수를 통해 심판에게 간접적으로나마 억울함을 표현한 셈이다.
지난 5일 고척 LG전에서는 키움 이용규가 타석에 방망이를 타석에 내려놓고 들어가는 무언의 항의로 첫 퇴장을 당한 바 있다. 소속팀을 이끄는 베테랑 선수들의 도발. 시즌 직후 부터 누적돼 온 타자들의 스트레스와 불만에 총대를 메고 작심 항의를 하고 있는 셈이다.
타자들은 넓어진 스트라이크존과 맞물려 주심 마다 조금씩 다른 S존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다. 모 팀의 한 중심타자는 "하이패스트 볼 정도만 늘어난다고 생각했는데 실제 경기를 치러보니 그게 아닌 것 같다"며 "솔직히 타자로서 당황스럽다. 심판님들도 어려움이 많겠지만 타자로서 스트라이크존을 어떻게 해야할 지 잘 모르겠다. 적응해야 하는 건 분명하지만 넓어진 건지 평균화 된 건지 잘 모르겠다"며 고개를 저었다.
심판 별로 표준화 되지 않은 확장된 존. 오래 축적된 판단 기준을 바꾸지 못한 채 변화와 맞닥뜨린 타자들의 당혹스러움과 고민이 묻어나는 대목이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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