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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규의 ‘2천 안타’, 부상 당한 푸이그가 더그아웃 밖으로 뛰쳐나온 이유

정재근 기자

기사입력 2022-04-20 11:13


이용규가 2천 안타를 친 순간 푸이그가 달려 나왔다. 인천=정재근 기자

경기 도중 부상을 당해 교체된 푸이그가 더그아웃 밖으로 달려 나왔다. 이용규의 2천 안타가 터진 직후다.

19일 인천 SSG랜더스필드. SSG가 5-6까지 추격한 9회초 1사 2루. 키움 이용규가 우익수 키를 넘기는 1타점 2루타를 쳤다.

키움이 2점 차로 달아나게 만든 결정적인 타점인 동시에 KBO 역대 15번째 2천 안타다. 2루에 도착한 이용규는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들고 손가락으로 2와 0을 만들어 보이며 자신의 대기록을 자축했다.


9회초 2사 2루 이용규가 1타점 2루타를 치고 나가 손가락으로 '2000안타' 달성을 자축하고 있다.
키움 더그아웃도 난리가 났다. 환호성이 터져 나오는 가운데 가벼운 부상으로 쉬고 있던 푸이그가 더그아웃 밖으로 달려 나왔다.

이날 2회 선두타자로 나와 솔로포를 쏘아 올린 푸이그는 6회말 수비에서 교체됐다. 오른쪽 무릎에 불편함을 느낀 푸이그를 선수보호 차원에서 쉬게 했기 때문이다.

불편한 무릎을 치료하며 쉬고 있어야 할 푸이그는 왜 더그아웃 밖으로 뛰어나왔을까? 바로 이용규의 2천 안타 기념구를 직접 챙기기 위해서였다.

SSG 선수들이 전달한 공이 키움 더그아웃으로 던져지는 순간, 푸이그가 그 공을 가장 먼저 잡기 위해 길목을 지키고 있었다. 그런데 푸이그보다 먼저 구단 통역원이 공을 잡았다.


'통역원이 잘못 했네' 가장 먼저 기념구를 잡기 위해 달려나왔지만...

공을 움켜쥐는 푸이그의 진심
통역원이 공을 가지고 들어가려 하자 푸이그는 마치 기념구가 자신의 보물이라도 되는 듯 조심스럽게 가로챘다. 2천 안타의 기운을 자신이 가장 먼저 받고 싶은 듯했다.

팀 내 최고참 베테랑의 2천 안타, 푸이그도 그 의미를 잘 알고 있었다. 푸이그가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친 안타는 834개다.

재능뿐만 아니라 꾸준함이 더해져야만 오를 수 있는 대기록이다. 120여 년 역사의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2천 안타를 넘긴 선수는 287명이다.

이용규와 푸이그의 나이는 5살 차. 프로 경력은 2003년 LG에 입단한 이용규가 2013년 LA 다저스에서 데뷔한 푸이그보다 10년 앞섰다.

푸이그의 메이저리그 경력은 7년 만인 2019년으로 중단됐다. KBO리그에서 부활의 열쇠를 찾으려 하는 푸이그에게 이용규의 20년 꾸준함은 분명 동경의 대상이다.


4월 5일 고척스카이돔. LG 트윈스와 키움 히어로즈 경기. 3회말 만루 찬스에서 삼진을 당한 푸이그에게 조언을 해주는 이용규. 고척=정재근 기자
시즌 초반 푸이그가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유인구에 고전할 때마다 이용규는 많은 조언을 했다. 20년 차 달인의 '19구 용규 놀이'를 손가락으로 세며 감탄한 푸이그에게 이용규의 조언은 분명 도움이 됐을 것이다.

푸이그가 더그아웃을 뛰쳐나온 이유, 고마움과 존경의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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