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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 본즈? 만루에 밀어내기 고의4구, 한국에도 있었다 [SC포커스]

김영록 기자

기사입력 2022-04-17 09:47 | 최종수정 2022-04-17 10:31


해태 윤형진의 고의4구로 경기가 지연되자 주심이 김성한 감독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2001). 스포츠조선DB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주자 만루에 고의4구. 타자라면 누구나 꿈꿔볼 짜릿한 순간이다. 반면 투수에겐 평생 잊지 못할 굴욕적인 장면이 될 수도 있다.

지난 16일(한국시각) 메이저리그에서 '만루에 밀어내기 고의4구'가 나왔다. 조 매든 LA 에인절스 감독은 텍사스 레인저스전 4회 1사 만루 상황에서 '3996억원의 사나이' 코리 시거(텍사스)의 타석에서 투수 오스틴 워렌에게 고의 4구를 지시했다.

'밀어내기 고의4구'는 한국프로야구에서도 딱 1번 나온적이 있다. 2001년 5월 4일, 해태 타이거즈와 SK 와이번스의 경기다.

당시 해태는 8회말 2-3으로 지고 있던 상황. 앞서 3회말 브리또의 사구 때 양팀 선수들이 벤치클리어링을 벌인 데다, 채종범과 브리또가 유격수 땅볼 직후 1루 경합 끝에 세이프가 선언됐다. 이에 김성한 감독은 그라운드에 모자를 집어던지는 등 격하게 항의했다. 분위기를 바꿔보고자 한 시도였다. 사령탑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해태는 추가 2실점. 점수차는 2-5로 벌어졌다.

이어진 1사 만루에서 SK 대타 윤재국이 타석에 들어섰을 때, 해태 포수 김상훈이 벌떡 일어섰다. 당시 투수는 윤형진이다. KBO리그 역사상 초유의 '밀어내기 고의 4구'였다. 이날 해태는 2대8로 패했다.

심판 판정에 불만을 품고 경기 시간을 지연시키려는 의도였을 수 있다. 다만 경기 후 김 감독은 "흥분한 나머지 주자 만루가 아니라 1,3루로 착각해서 벌어진 해프닝"이라고 설명했다.


대학 시절 강혁(왼쪽)과 LG 신인 시절 임선동. 스포츠조선DB
아마야구로 범위를 넓히면 대학야구는 강혁(전 SK 와이번스), 고교야구는 김주형(전 KIA 타이거즈)의 사례가 유명하다.

한국 아마야구 역사상 최고의 타자 중 한명으로 꼽히는 강혁은 대학교 3학년 때인 1995년, 대학야구 춘계리그 결승전 연세대와의 결승전에서 밀어내기 고의4구를 얻었다. 당시 연세대 선발투수는 임선동(전 현대 유니콘스). 임선동은 5-2로 앞서고 있던 2회 2사 만루에서 김충남 감독의 지시에 따라 강혁을 고의4구로 걸렀다. 주자 없이 맞붙은 다음 타석에선 강혁이 솔로포를 쏘아올렸다. 하지만 우승은 연세대의 차지였다. 결과적으로 사령탑의 지시는 옳았던 셈이다.


김주형은 동성고 2학년 시절인 2002년 홈런 4개를 쏘아올리는 등 '고교 본즈'로 유명했고, 화랑대기에서 맞붙은 부산고 장원준(두산 베어스)을 상대로 만루에서 고의4구를 얻어냈다. 이날 경기 역시 부산고가 승리했다.


고교 시절 김주형(왼쪽)과 장원준. 스포츠조선DB
밀어내기 고의4구는 메이저리그에서도 1969년 이후 단 3차례 밖에 나오지 않았다. 1998년 배리 본즈(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그리고 2008년 조시 해밀턴(텍사스), 그리고 시거다. 해밀턴의 경기 때 상대팀 탬파베이의 사령탑 또한 매든 감독이었다.

고의4구를 지시받은 투수, 지시한 감독의 속내는 어떨까. 워렌은 "당연히 놀랐다. 하지만 감독의 지시를 거부할 수 없었고, 믿었다"며 복잡한 속내를 드러냈다. 매든 감독은 "시거에게 장타를 맞고 싶지 않았다. 우리 선수들을 자극하기 위한 행동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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