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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에 집중할 때…" '야구인 총재의 뚝심, 강정호 속은 타들어간다[SC시선]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22-04-05 00:40 | 최종수정 2022-04-05 05:34


키움을 통해 KBO 복귀를 모색중인 강정호.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한국야구위원회(KBO) 허구연 신임 총재(71)는 분주하다.

KBO 측 관계자는 "취임 이후 단 하루도 안 쉬고 일정을 소화하시는 중"이라고 귀띔한다.

일흔을 넘긴 나이. "신체 나이는 오십대"라는 타고난 건강 체질이지만 과로에 장사 없다. 워낙 많은 신경을 쓰느라 살이 쏙 내렸다. 한 눈에 봐도 얼굴이 수척해 보일 정도다.

몸이 열개라도 모자란다. 시간을 쪼개가며 현장 밀착형으로 움직이고 있다.

야구장에서는 구단주들을 만나고, 야구장 밖에서는 지자체장을 만난다.

2일 창원 개막전에서 어린이 시구 시타자를 위해 깜짝 포수로 나섰던 허 총재는 NC 김택진 구단주와 담소를 나누며 야구를 관전했다. "야구장에서 구단주 분들을 자주 만나 소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음날인 3일에는 경남 진주를 방문해 조규일 진주시장과 '남해안 야구벨트' 성사를 위해 심층 논의했다. 안정적인 스프링캠프 인프라 확보를 위한 분주한 행보. 허 총재는 수시로 남쪽 도시들을 찾아 지자체장과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현재 허구연 총재의 머릿속에는 오직 야구인기 부활 만이 있다.
SSG 랜더스와 NC 다이노스의 2022 KBO리그 개막전 경기가 2일 창원NC파크에서 열렸다. 경기 전 허구연 KBO 총재가 시포를 하고 있다. 창원=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2.04.02/
'팬 퍼스트'를 위한 각종 구상이 가득하다. 선수, 구단, 미디어에 끊임 없는 당부도 잊지 않는다. 개막에 앞서 선수들에게 보낸 장문의 문자 주제도 팬을 위한 야구였다. 절대 해서는 안 되는 4不 (음주운전, 승부조작, 성 범죄, 약물복용)을 신신당부한 이유다.


그 어느 때보다 '실망'이 컸던 2021 시즌.

일부 선수들의 일탈과 국제대회 성적 부진 속에 프로야구는 홍역을 치렀다.

지난 2년 간 이어진 제한 관중에 익숙해진 야구팬들의 발걸음을 돌려놓기 위해서는 두배로 노력해야 한다. 더 수준 높은 경기, 더 엄격한 도덕성이 요구되는 상황.

그런 면에서 KBO가 얼떨결에 받아쥔 '뜨거운 감자' 강정호 논란은 또 다른 악재다.

KBO가 어떤 최종 결정을 내리든 부정적 이슈로의 블랙홀은 불가피 하다. 2년 만에 어렵게 성사된 100% 관중 입장. 그 속에 모닥불 붙듯 조금씩 살아날 조짐을 보이는 야구인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신임 총재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더욱 신중할 수 밖에 없다. "지금은 축제에 집중할 때"라며 당분간 리그 흥행을 위한 밝은 측면 부각에 올인하겠다는 뜻을 암시했다.


2015년 피츠버그 시절 플로리다 캠프에서 허구연 당시 해설위원을 만나 담소를 나누는 강정호. 브래든턴(미국 플로리다)=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5.03.05/
속이 타는 건 강정호다. KBO 결정이 미뤄질 수록 복귀 시점이 늦어지기 때문이다.

강정호는 지난 2020년 5월25일 KBO 상벌위원회로부터 1년 유기실격 및 봉사활동 300시간 징계를 받았다.

KBO로부터 임의해지 복귀를 승인 받아야 비로소 해당 징계가 발효된다. 승인이 늦어질 수록 2023년 시즌 온전한 복귀를 노리는 강정호의 계획도 틀어질 수 밖에 없다. 설령 승인을 받더라도 이미 2023년 개막 출전은 힘들어졌다. 이는 곧 야구 실전 공백기간이 길어짐을 의미한다.

키움 히어로즈는 지난달 18일 KBO에 강정호에 대한 임의해지 복귀 승인을 요청했다. 이에 앞서 올 시즌 선수 계약도 체결했다. 극비리에 기습적으로 이뤄진 기습 상정.

비난 여론이 거셌다. 하지만 키움은 고형욱 단장을 총알받이 삼아 정면 돌파를 시도했다. 고 단장은 "40년 넘게 야구인으로 살아온 선배 야구인으로서 야구선수로서 마무리할 마지막 기회를 주고 싶었다"는 말만 반복했다. 누가 봐도 단장 선에서 결정할 사안이 아니었던 터라 비난은 가중됐다.

'시간은 망각을 부르는 약'이란 태도로 낙관했던 강정호 복귀. 큰 암초를 만났다. KBO였다. 복귀 승인이 바로 떨어질 거란 예상은 오판이었다. KBO는 신임 총재의 결재 사안으로 결정을 미뤘다.

지난달 29일 취임식을 가진 허구연 총재는 시즌 개막이 겹치면서 눈코 뜰 새 없는 일정을 소화중이다. 강정호 건에 대한 결정은 언제 이뤄질지 예상하기 어렵다.

허 총재는 "여러 각도에서 검토하고 고려할 부분도 많다. 종합적으로 심사숙고한 뒤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법률적 검토가 우선시 되겠지만 쉬운 결정은 아니다. 허 총재는 평소 "프로스포츠는 일반 법의 잣대와는 달라야 한다. 윤리적으로 훨씬 더 엄격한 잣대가 필요하다"는 소신이 있다. 총재가 나 홀로 판단할 수 없는 문제지만 강정호 복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상당한 시간 소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속절없는 시간이 흐를 수록 강정호의 속도 타들어갈 수 밖에 없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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