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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5000평' 고척돔, 실내라서 또 취식금지? 3년째 들어도 이해못할 탁상행정 [SC시선]

김영록 기자

기사입력 2022-04-03 16:06 | 최종수정 2022-04-03 18:25


야구팬들이 많은 음식을 먹으며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하지만 문화체육관광부가 고척돔에서의 음식물 취식을 금지하기로 함에 따라 개막전 2경기 후엔 다시 취식이 금지된다. 고척=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2.4.2/

[고척=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시즌 전에도 수차례 확인을 거쳤다. 그땐 '괜찮다'고 했는데…"

2015년 11월 개장한 고척 스카이돔은 국내 유일의 돔야구장이다. 서울시가 공사비 1946억원을 투자해 연면적 8만3476㎡(약 2만5000평)의 부지에 지었다. 펜스까지의 거리가 중앙 122m, 좌우 99m로 잠실(중앙 125m) 못지 않게 큰 그라운드를 지녔다. 사직구장 다음으로 높은 4m의 펜스도 악명높다.

우천 또는 미세먼지로 인한 경기 취소가 없는 돔구장이라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야구 비시즌에는 K팝 공연장으로도 두루 활용된다. 이만큼 '넓은 실내공간'이 국내에 따로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코로나19 이후 유독 정부의 지나친 규제에 시달리고 있다. 고척돔의 대기 질은 어지간한 실외야구장보다 훨씬 깨끗하다. 국내 최대 규모의 실내 공간에 걸맞은 공기 순환 시설을 갖췄기 때문. 하지만 '실내'라는 사전적인 구분에 번번이 발목을 잡히고 있다. 야구팬들이 전체 수용인원의 30%만큼 입장해 경기를 즐길 때도, 고척돔만큼은 20%에 그쳤다.

이제 사회 전반에 걸쳐 방역 지침이 완화됐지만, 또다시 '실내'라는 게 문제가 됐다. 고척돔에서는 '취식'을 할 수 없다는 게 방역 당국의 입장. KBO는 "개막 전 수차례 질병관리청, 문화체육관광부에 문의하고 소통했다. '고척돔을 포함해 모든 경기장에서 취식이 허용된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제 야구장에서 치맥(치킨과 맥주)할 수 있다'고 안내드린 이유다. 그런데 개막 전날 다시 '고척돔만 취식 금지'라는 지침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KBO는 다시 대책을 논의중이다. 아직 질병관리청의 공문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개막 2연전이 끝난 뒤 주초 정식 공문이 나오면 또다시 고척돔은 '먹는 즐거움'과는 거리를 두게 된다. 10개 구단 중 키움, 그리고 9개 구장 입주 상인 및 주변 상권 중 고척 관계자에게만 주어지는 차별 대우다.


백퍼센트 관중 입장이 허용됐지만 고척돔 관중석은 절반 정도만 들어차는데 그쳤다. 고척=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2.4.2/
그간 전 사회적인 코로나 감염 위험 때문에 모두가 인내했지만, 애초에 압도적인 크기를 감안하면 고척돔을 '실내'로 구분하는 것 자체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코로나 시대도 2020년 이래 올해로 3년째다. 야구장을 찾는 관객도, 경기 운영 주체인 KBO와 프로구단도 코로나 대책이라면 이골이 났다. 대부분의 이용객들이 철저하게 마스크를 착용하고, 해도 되는 것과 하면 안되는 행동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고 있다.

하물며 상점과 식당 등 좁은 공간부터 전시회장과 백화점, 공항과 기차역, 각종 공연장과 극장에 이르는 비교적 넓은 공간까지, 수많은 실내공간 중 고척돔만큼 빡빡하게 방역수칙이 적용되는 곳은 보기 드물다. 고척돔은 국내 최대 크기의 실내공연장으로 꼽히는 올림픽 펜싱경기장(3만548㎡)의 3배에 가까운 크기다. 관중석의 특성상 밀폐된 공간이 거의 없고, 대부분 넓게 터져있다. 하지만 여전히 이해하기 어려울 만큼 엄격한 기준이 주어진다.


더 이상 야구장은 단순히 야구를 보러오는 곳이 아니다. 먹고 즐기는 종합 오락공간이다. '프로'구단의 이윤과 이를 통한 재정자립 또한 이를 집중 공략한 결과물이다.

3일 기준 전 국민의 63.9%가 백신 접종을 3차까지 마친 상황. 2차 접종까지 기준을 낮추면 86.7%나 된다. 위험이 높은 60세 이상 연령대의 3차 접종 비율은 무려 89.1%에 달한다. 사회 전방위적으로 방역수칙이 완화되는 이유다.

보다 현장친화적이고 논리적인, 납득할만한 방역 정책이 필요하다. 담당자들이 직접 와서 보고 체크했으면 한다. 막힌 느낌인지, 트인 느낌인지.


고척=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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