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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2년 연속 17홈런. 4년차 고졸 타자에겐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하지만 그 주인공이 한동희(23·롯데 자이언츠)라면 어떨까.
이 같은 사직구장의 변화가 한동희에게 한층 치명적인 이유는 그가 데뷔 이래 꾸준히 '발사각'의 마법에 시달렸다는 점이다. 한동희는 글러브를 찢고나갈 듯한 강렬한 타구 속도를 자랑한다. 반면 잘 맞았음에도 발사각이 낮아 내야를 벗어나지 못하거나, 충분한 비거리에도 펜스를 직격하는 홈런성 타구가 되기 일쑤였다.
데뷔 당시부터 한동희에겐 '차세대 이대호'라는 별명이자 그림자 같은 수식어가 따라붙곤 했다. 타선 전반의 노쇠화가 심각했던 만큼, 그에게 쏠린 기대는 컸다. 아찔할 만큼 강렬한 타구 속도와 사직구장을 거뜬히 넘기는 괴력은 롯데의 미래로 불리기에 충분했다. 2할을 오르내리는 타율, 불안한 수비에도 첫 2년간 146경기 398타석의 기회를 받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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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최종 성적은 타율 2할6푼7리 17홈런 69타점 OPS 0.806. OPS가 조금 오르는데 그친 사실상 제자리 걸음이었다. 롯데는 20홈런 타자가 단 한명도 없는 홈런 기근의 시즌을 보냈다. 팀내 최다 홈런 타자의 자리에도 여전히 이대호(19개)의 이름이 있었다. 두자릿수 홈런을 친 선수도 이대호와 한동희, 정 훈(14개), 안치홍(10개)까지 4명에 불과했다.
경남고 1년 후배이자 동 포지션 경쟁자인 한화 이글스 노시환과의 라이벌리에 마음이 급해질만도 하다. 같은해 노시환은 타율 2할7푼1리 18홈런 84타점 OPS 0.852를 기록하며 크게 뛰어올랐다. 한동희보다 출루율과 장타율 모두 2푼 가량 앞섰다. 팀 타선의 차이를 감안하면 격차는 더 커진다. 한화는 외국인 타자 힐리와 페레즈가 나란히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결과, 두자릿수 홈런 타자가 노시환 외엔 하주석(10개)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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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이대호의 선수생활 마지막 시즌이기도 하다. 그 이대호가 2001년 데뷔 이래 한번도 가보지 못한 한국시리즈 무대에서 뛰려면, 한동희의 성장이 반드시 필요하다.
지난해 20홈런을 넘긴 선수는 총 14명. 30개 이상을 때린 선수는 홈런왕 최정(35개)을 비롯해 나성범(33개) 알테어(32개) 한유섬(31개) 양의지(30)까지 5명이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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