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6구 합작' 미라클 듀오…"혹사? 올 가을 행복했어요" [SC 인터뷰]

이종서 기자

기사입력 2022-01-10 00:52 | 최종수정 2022-01-10 09:00


스포츠조선DB

[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이영하와 홍건희가 무너지면 끝난다."

두산 베어스는 2021년 '미라클 두'를 다시 한 번 보여줬다. 비록 한국시리즈 우승에는 실패했지만,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한국시리즈까지 올라가면서 '포스트시즌 베테랑'의 위엄을 한껏 과시했다.

외국인 투수가 없었기에 더욱 두산의 행진은 빛났다. 225탈삼진을 기록하며 한국시리즈 MVP에 올랐던 아리엘 미란다와 9승을 거뒀던 워커 로켓이 모두 부상으로 이탈했다. 미란다는 한국시리즈에 합류했지만, 두산은 가을야구의 긴 여정을 최원준-곽 빈-김민규로 구성된 국내 선발 투수로만 버틸 수밖에 없었다.

선발투수진에 힘을 실어준 건 홍건희와 이영하. '투수조장' 홍건희는 정규시즌 74⅓이닝을 던져 17홀드 3세이브 평균자책점 2.78을 기록하며 핵심 불펜으로 활약했다.

이영하는 올 시즌 선발 투수로 나왔지만, 아쉬운 모습이 이어지면서 후반기부터 불펜으로 자리를 옮겼다. 불펜으로 자리를 옮긴 이영하는 24경기에서 33⅔이닝을 던져 평균자책점 1.60으로 완벽하게 부활했다.

김태형 감독은 선발 투수가 흔들리면 곧바로 이들을 투입해서 급한 불을 껐다. 상황에 따라서는 3~4이닝 투구가 길어질 때도 있었다.

홍건희는 포스트시즌 7경기에 나와 10이닝 169구을 던졌고, 이영하는 6경기에서 12⅔이닝을 소화하며 207개의 투구수를 기록했다.

잦은 기용에 '혹사'라는 말이 나왔지만, 시즌을 마친 뒤 이들은 미소를 지었다.


홍건희는 "2020년 처음 한국시리즈라는 무대에 가봐서 긴장을 많이 했다. 2021년은 한 번 경험해봐서 분위기가 익숙했고 생갭다 편안한 마음으로 던졌다"고 밝혔다.

홍건희는 이어 "이영하랑 둘이 많이 던지면서 중간투수들의 과부하, 체력 저하 등 이런 걸 많이 봤는데 솔직히 체력적으로 안 지쳤다면 거짓말"이라며 "부담도 됐다. 그러나 솔직히 난 행복하게 야구했다. 해보고 싶어도 못하는 무대가 한국시리즈다. 지친 것보다는 행복하게 야구했다고 말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이영하 역시 "갈 데까지 간 상황이 오면 그때부터는 내 몸보다 팀을 더 생각하게 된다. (홍)건희 형과 내가 가을야구에 큰 역할을 맡는 건 흔한 기회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때 감독님께서 '건희와 영하가 무너지면 끝'이라고 인터뷰하신 것도 봤다. 무엇보다 불펜에는 나와 건희 형만 있지 않았다. 모두 '할 수 있다'고 했었다. 단합이 정말 잘 됐다"라며 "어제 던졌더라도 오늘 하루만 생각했다. 몸은 힘들었지만 마음만큼은 전혀 힘들지 않았다. 전에는 몸은 괜찮았는데 마음이 힘들었다. 그 시간이 있었기에 더욱 절실했다. 마지막 두 달 동안 정말 행복했다. 17승을 했을 때보다 더 좋았다"고 돌아봤다.

아울러 그는 "우승했던 2019년과 느낌이 비슷했다. "2019년에는 한국시리즈에 직행했지만 이번에는 밑에서부터 올라갔다. 한 계단씩 올라가면서 '될까?' 싶었다. 힘들었지만 끝까지 해내려 했다"라며 "형들도 '너 안 힘드냐. 어디 아프거나 너무 힘들면 굳이 안 해도 된다'고 걱정해줬다. '좀 더 참자'가 아니라 '너무 잘하고 있으니까 아프지 말자'라는 말을 들을 수 있어서 더 좋았다. 충분히 쉴 수도 있었지만 더 던질 수 있는 힘이 돼 준 것"이라고 고마워했다.

현재 몸 상태도 좋다. 홍건희는 "메디컬 체크도 하고 나와서 운동하면서 체크도 해보는데 주변에서 많이 던져서 걱정된다고 말씀해주시는데 몸이 나름 튼튼한 편이다. 체력은 자신이 있다. 아직까지는 별 이상 없이 몸 잘 만들고 있다. 부모님이 건강하게 낳아주신 덕분이다. 감사하다"고 웃었다.

이영하도 휴식을 마친 뒤 운동에 돌입했다. 이영하는 "그동안 어깨를 쉬게 해 주는 데 집중했다. 12월 말부터 운동하기 시작했다"고 이야기했다.
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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