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일 마다하면…" 현역 153SV 원조마무리 지도자, '야구 불모지' 제주로 간 이유[SC인터뷰]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22-01-02 16:07


삼성 지도자 시절의 조규제 코치(오른쪽).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조규제 전 삼성 코치(55)가 아마추어 지도자로 변신했다.

최근 제주고등학교 투수코치로 부임했다. 조규제 전 코치는 2020년까지 삼성 코치로 한솥밥을 먹던 제주고 박재현 감독의 부탁으로 제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조 코치는 현역시절 153세이브를 기록한 최고의 특급 좌완 마무리투수 출신. '원조 마무리' 김용수 정명원 등과 함께 프로야구에 세이브 투수 개념을 정착시킨 인물로 꼽힌다. 1991년 쌍방울에서 선수생활을 시작, 현대(1999년), SK(현 SSG, 2001년), KIA(2004년) 등을 거치며 활약했다.

은퇴 후 지도자로 변신, 현대, 히어로즈, KIA, LG, 삼성에서 약 15년 동안 투수코치로 후진 양성에 힘써왔다. 군산 금광초등학교에서 야구를 시작한 이후 쉴 틈 없이 달려온 조 코치는 꿈나무 육성의 보람을 위해 기꺼이 제주행을 택했다.

조규제 코치는 새해 첫날 스포츠조선과의 통화에서 담담하게 소회를 털어놓았다.

"지난 45년 간 쉴 새 없이 달려왔습니다. 저에게도 시간이 필요한 시점이었죠. 힘든 결정이었지만 오래 고민하지는 않았습니다. 프로팀에 무조건 가야겠다는 생각은 아니었어요."

제주는 야구 불모지에 가깝다.

제주고는 지난 해 11명,12명의 적은 선수로 힘겹게 야구단을 꾸렸다. 해체 위기도 숱하게 넘겼다.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지난해 부임한 박재현 감독의 1인다역 리더십 속에 똘똘 뭉쳐 고교 주말리그 하반기 첫경기에서 2018년 이후 무려 1049일 만에 41연패를 끊는 감격을 누리기도 했다.


제73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제주고와 포철고의 16강전 경기가 18일 목동구장에서 열렸다. 8회말 1사 1루 포철고 정재흠의 내야 땅볼때 1루주자 김동규가 타구를 잡은 제주고 투수 유영상의 악송구로 세이프되고 있다.
목동=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8.07.18/

이러한 열악한 상황이 조 코치의 마음을 움직였다. 스타 선수와 프로 지도자로 차곡차곡 쌓은 경험. 교육 받을 기회가 부족한 아이들을 위해 기꺼이 나눠주기로 했다.

"과거 모셨던 감독님께서 이런 말을 하신 적 있어요. '힘들 일을 마다하고 주저하면 코치 자격이 없다'고요. 이왕 (아마로)갈 거면 남들이 꺼려하는, 힘든 여건의 아이들한테 조금 더 신경써주는게 낫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었어요. 한동안 투수코치가 없었는데 공고를 냈지만 아무도 지원하지 않았다고 하더라고요. 여전히 부족하지만 올해는 야구부원이 21명까지 늘었어요."

삼성 코치 시절 동료 후배였던 박재현 감독과의 인연도 한 몫했다.

"사실 아마추어 팀 몇 군데서 연락이 왔었거든요. 제가 박재현 감독에게 '아마가면 무조건 제주고로 가겠다'고 약속을 했었거든요."

삼성 코치를 맡았던 지난 6년, 조 코치는 경산에서 지내며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야 했다. 이제야 가족과 함께 하나 했지만 또 다시 가장 먼 곳에서 객지 생활을 하게 됐다. 프로 시절에 비해 당연히 경제적인 압박도 있을 터. 하지만 조 코치는 돈보다 보람을 택했다.

"경제적인 부분은 제가 감수해야 할 문제죠. 집에서는 왜 대학 같은 안정된 직장을 마다하고 생고생을 하느냐고 하는데요. 사실 제게도 유망주와 함께 커 갈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힘들지만 진정한 지도자의 길을 택한 명투수 출신 조규제 코치.

그는 결심하기 무섭게 제주로 거처를 옮겨 새해를 맞았다. 프로에서 보낸 영광의 시간과는 다른 도전의 시간이 눈 앞에 펼쳐져 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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