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초점]"레전드→ML 출신 외국인" 확 달라진 'New 한화' 코치진, 2021 희망 첫걸음

김영록 기자

기사입력 2020-12-22 08:26 | 최종수정 2020-12-22 12:23


수베로 감독(왼쪽)과 워싱턴 코치.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가히 대변혁이다. 2021시즌에 임하는 한화 이글스 코치진에 무려 4명의 외국인 지도자가 포함됐다. 그것도 '빅4'로 불리는 핵심 보직 1군 감독, 수석, 투수, 타격코치를 꿰찼다. KBO리그 사상 처음 있는 일이자, 보수적인 구단 한화에서는 상상하기도 힘들었던 일이다.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은 KBO리그 역대 4번째이자 한화 프랜차이즈 사상 첫 외국인 감독이다.

한화의 파격 행보는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통상 외국인 감독은 한 명의 측근 코치를 대동하기 마련. 하지만 한화는 프런트가 직접 나섰다. 수베로 감독과의 논의 및 추천 과정은 거쳤으나, 결코 '수베로 사단'이 아닌 프런트가 조각한 코치진임을 강조했다.

수베로 감독은 메이저리그(MLB) 밀워키 브루어스 시절 수비와 주루 코치로 활약했다. 대럴 케네디 코치는 포수 출신이다. 때문에 조니 워싱턴 코치를 추가 영입해 타격까지 보강했다. 워싱턴 코치의 경우 지난해 LA 에인절스 감독 후보에도 이름을 올린 거물이기도 하다.

2020시즌 개막 전 한화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당시 한화는 정민철 장종훈 송진우 등 팀의 역사를 대표하는 세 영구결번의 만남에 초점을 맞췄다. 한용덕 전 감독 역시 한화에서 통산 120승을 올린 원클럽맨 레전드, 정민태 김성래 전 코치도 설명이 필요없는 KBO리그 수퍼스타 출신이었다. 하지만 시즌이 끝난 뒤 이들은 모두 팀을 떠났다.

새롭게 합류한 외국인 코치들의 면면도 독특하다. 과거 제리 로이스터 전 감독이나 맷 윌리엄스 KIA 타이거즈 감독은 메이저리그(MLB)에서 선수로 16~17년간 활약한 바 있다. 트레이 힐만 감독도 일본프로야구(NPB) 니혼햄 파이터스, MLB 캔자스시티 로열스에서 1군 사령탑을 맡은 뒤 한국에 왔다. 반면 한화가 영입한 수베로 감독 이하 외국인 코치진은 짧은 선수 시절을 거쳐 젊은 나이에 일찌감치 코치 생활을 시작, 마이너리그에서 잔뼈가 굵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케네디 수석코치(왼쪽)와 로사도 코치. 사진=AP연합뉴스
올겨울 한화의 변화는 가히 급진적이기까지 하다. 김태균의 은퇴와 이용규 안영명 송광민 등 주요 베테랑들의 방출로 획기적인 젊은 팀으로 변모했다. 1990년 이전 출생 선수가 투타 합쳐 단 8명에 불과하다. 코치진에도 백승룡 정현석 이희근 김남형 이동걸 이상훈 등 80년대생 코치들이 가득하다. 낡은 관습을 버리고 미국야구 선진 시스템을 도입해 장기적인 육성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젊은 선수단과 코치진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비록 팀은 떠났지만, 평생을 한화에 바쳤던 베테랑들의 속내는 일치한다. "후배들에게 이기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것. 한화는 2008년부터 13시즌 동안 포스트시즌 진출은 단 1차례에 그쳤다.


그마저도 2018년 불꽃 같은 한 해를 보낸 뒤 최근 2년간 9위, 10위로 주저앉았다. 2018년의 기적을 이끌었던 주력 투수진 중 정우람과 박상원(입대)을 제외하고, 이태양 송은범 등은 팀을 떠났다. 하지만 올해 강재민 윤대경 김진욱 등 신예들이 새롭게 떠오르며 두터운 불펜을 형성했다. 판을 뒤엎고 달라진 자체가 희망으로 느껴지는 이유다.

수베로 감독은 오는 1월 8일 입국한다. 다른 코치들 역시 비슷한 시기에 입국, 함께 새 시즌을 준비할 예정이다. 오랫동안 바뀌지 않았던 곳, 백지처럼 갈아엎은 땅에 수베로 감독이 그려나갈 그림은 어떤 것일까.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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