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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누가 가도 아깝다. 두산 베어스의 오재일 보상선수 픽을 초조하게 기다리는 삼성 라이온즈의 심정.
전면적 리빌딩이 필요했다.
드래프트를 통해 재건축의 기초인 투수와 포수, 수비 기본기를 갖춘 내야수를 집중적으로 모았다.
앞 순위 신인 드래프트에서 우선 투수를 뽑고, 여유가 있으면 내야수를 뽑았다. 타자 친화적 새 구장 이사 후 거포가 목 말랐지만 우선 순위에서 밀렸다.
그렇게 모아온 자원이 세월 속에 숙성돼 하나둘씩 포텐을 터뜨릴 시점. 보상 선수란 반갑지 않은 암초를 만났다.
삼성에는 젊은 투수와 내야수가 상대적으로 풍부한 편이다.
특히 군 복무를 마치고 본격적 실전 투입이 가능한 안정된 내야수가 많다. 최주환과 오재일의 공백을 메울 즉시전력감 내야수를 찾고 있는 두산의 시선이 머무를 수 있는 지점이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5년을 가꿔온 자산 중 한명이 떠나는 날.
두산이 22일 오재일 보상 선수 발표를 앞두고 있다.
19일 늦은 오후 삼성으로부터 보상선수 명단을 받은 두산은 이틀간 충분히 검토해 마음을 정했다.
삼성 구단과 팬 입장에서는 아쉽고 또 아쉬운 날.
하지만 선수 아깝다고 윈나우를 마냥 미루고 있을 수 만도 없었다. 만년 하위권 탈출의 기폭제가 될 수 있는 선수 영입이 필요했다.
삼성 허삼영 감독도 "어느 정도 출혈과 아픔을 감수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불가피한 변화의 산통임을 암시했다.
어안이 벙벙한 마음으로 두산 픽의 당사자가 될 선수의 야구 인생에는 좋은 기회가 될 전망이다.
준비된 내야수라면 두산의 베테랑 내야 주전과 미래의 유망주 간 배턴 터치 시간 동안 상대적으로 더 많은 출전 기회를 보장 받을 수 있다.
투수라면 더욱 희망찬 상경길이 될 수 있다.
타자친화적 라이온즈파크에서 투수친화적 잠실 구장으로의 환경 변화. 코너워크의 압박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투수가 될 수도 있다. 실제 잠실벌로 안방을 옮겨 크게 성장한 유망주와 외국인 투수가 수두룩하다.
당장은 놀랍고 슬픈 일일지 모르지만 변화는 곧 기회다. 아름다운 이별의 시간이 임박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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