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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리포트]'드래곤볼'은 다시 모을 수 있지만 두산 왕조 선수들은 모을 수 없다. 그래서 더 애틋한 2020한국시리즈

권인하 기자

기사입력 2020-11-17 06:20


KBO리그 플레이오프 4차전 두산베어스와 kt위즈의 경기가 13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두산 플렉센과 선수들이 한국시리즈 진출을 확정짓고 환호하고 있다. 고척=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20.11.13/

[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전세계적으로 유명했던 '드래곤볼'이라는 만화가 있다. 소원을 들어주는 7개의 드래곤볼을 모으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그린 만화다. 드래곤볼을 모두 모으면 용이 나타나 소원을 들어주고 그 드래곤볼은 전국으로 흩어져 버린다.

지금 두산 베어스를 보면 드래곤볼이 생각난다. 좋은 선수들이 모여서 KBO리그의 역사에 남을 '왕조'를 이뤘고 이제 헤어질 시간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시리즈가 끝나면 FA시장이 열린다. 두산은 유희관 오재일 최주환 허경민 정수빈 이용찬 김재호 등이 FA가 된다. 선발투수 2명과 내야수 4명, 외야수 1명 등 모두 주전 선수들. 2015년부터 한국시리즈 우승과 준우승을 함께 이뤄낸 '전우'들이다. 이미 전우 3명은 FA로 떠났다. 김현수는 2015년 우승 뒤 메이저리그로 진출했다가 2018년 한국으로 돌아와 LG 트윈스에서 뛰고 있고, 민병헌은 2017시즌이 끝난 뒤 롯데 자이언츠로 떠났다. 양의지는 2018년 아쉬운 준우승을 뒤로 하고 국내 FA 역대 최고액인 125억원에 NC 다이노스에 새 둥지를 틀었다. 벌써 드래곤볼 3개가 전국으로 흩어진 상황인데 이번 FA 시장에서 드래곤볼이 뿔뿔이 흩어질 가능성이 높다.

포스트시즌에서 탈락한 팀은 전력 보강을 해야하고 야수들이 필요한 팀들이 보인다. 벌써부터 작업을 시작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코로나19로 인해 구단의 살림살이가 어려워져 역대급 한파가 몰아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지만 반대로 활발한 이적과 그에 따른 몸값 상승도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다.

두산 선수들도 이별을 예감하고 있다. 실제 FA 시장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지만 두산의 재정 상황을 보면 FA 모두를 잡을 수는 없다. 결국 떠나는 이와 남는 이가 나올 수밖에 없다.

그래서 두산 선수들도 이 멤버로 최대한 많은 경기를 하고 우승까지 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내 왔다. 최주환은 "다 같이 함께하고 싶은데 그걸 내가 결정할 부분이 아니다"라면서 "지금은 한국시리즈가 중요하다. 잘 마치고 난 뒤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나도 모른다"라고 했다. 일단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한국시리즈를 잘 끝내겠다는 마음이 강하다.

두산 왕조를 이룬 선수들이 헤어질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만화 '드래곤볼'에선 주인공들이 다시 드래곤볼을 모을 수 있지만 현실에서 두산 선수들이 다시 한 팀으로 만나는 것은 선수들의 나이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불가능하다.

2020 한국시리즈에서 NC는 새롭게 왕조를 시작하려 하고 두산은 왕조를 이룬 선수들이 유종의 미를 거두려 한다. 두산 선수들의 마지막 소원이 이뤄질까.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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